[시론-신율] 진보정치의 종말 기사의 사진

지금 통합진보당의 싸움은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며칠 전 이정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들먹이며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비교했다. 지난번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국회에서 터뜨렸을 때는 윤봉길 의사와 비교하더니 이젠 노 전 대통령인 모양이다. 하긴 말만 지난번과 같은 것이 아니라 행동도 똑같다.

지난 총선 때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불거지자 “재경선하자”고 떼를 쓴 것이나 이번에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인이 당원 총투표로 재신임을 얻겠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과정의 정당성”이라는 인식이 전무함을 똑같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몰염치한 통진당 당권파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정희 대표의 회견을 TV생중계로 들어봐도 내용은 없고 앞뒤 말이 모순 되며 단지 감성에 호소하려는 노력만 보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의 이런 모습이 당권파들에게는 먹힐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먹힐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은 국민들보다 당원의 눈높이가 더 중요하다니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들의 이런 식의 행동과 사고를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굳이 추론하자면 자신들이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이들의 상식’과 ‘우리의 상식’이 다르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 같다. 분명한 건 이들은 지금의 대의민주주의체제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일반적 상식’과 ‘다수 이성에 대한 믿음’에 의해 유지되는 제도인데 이들의 사고는 ‘그들만의 상식’과 ‘자신들에 대한 믿음’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과 아직도 연대를 부르짖는 제1야당이 있으니 더욱 문제다.

지난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 중 민주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당제 추세가 구체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들의 득표율이 충청지역을 제외하고는 평균적으로 50%가 넘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겁먹어야 할 쪽은 통진당이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이들에게 끌려 다니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의 통진당 이미지로는 앞으로 연대의 효과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 분명한데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정말 속내를 알 수 없다.

통진당의 비주류 그러니까 종북 세력이 아닌 국민참여당 출신과 심상정 노회찬 당선인과 같은 진보연대 세력들이 탈당해 진보신당과 합친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새로운 연대 파트너를 찾은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NL계열이 당권을 잡고 있는 통진당과의 연대는 되도록 빨리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비당권파 탈당 고려해야

통진당 문제는 비당권파의 탈당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죽어도 사퇴 못하겠다는 비례대표 당선인들을 끌어내릴 방법도 없고 이들이 스스로 그만둘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물론 당권파가 버티는 이유나 비(非)NL 비당권파가 탈당하기 어려운 이유는 국고보조금이 상당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당권파의 입장에선 탈당하면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일 해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당권파는 지금의 상태만 유지해도 당분간 당을 유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非)NL 비당권파는 진보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통진당이라는 진흙탕에 함께 뒹굴면 진보 전체가 통진당 당권파와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진보와 이성적 보수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명제를 상기해야 할 때이다.

신율(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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