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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19) 보는 것? 본다고 생각하는 것!

[예술 속 과학읽기] (19) 보는 것? 본다고 생각하는 것! 기사의 사진

얼핏 보면 창문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그린 작품인 듯하다. 조금 자세히 보면 창문 앞에 이젤이 있고, 그 위에 그림 한 폭이 놓였다. 바깥 풍경은 이젤 위의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이구나, 재미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잠깐, 정말 밖의 풍경을 똑같이 그린 것일까? 전혀 다른 풍경을 이 그림으로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화폭 자체가 투명한 것일까?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림 안에는 두 개의 동일한 원뿔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왼쪽은 돌로 된 탑의 뾰족한 지붕이고 오른쪽은 건물 사이로 난 큰 길이다. 이 길이 원근법으로 표현되어 멀리 한 점으로 만난다.

여기서 작가 마그리트는 진짜 보는 것과 본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현실과 상상이라는 결코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두 덩어리의 생각 위에 유클리드의 평행선의 공리(公理)를 던져놓는다.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 이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밖에 없다.’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세운 기하학의 원리다.

빈 길 위에 두 사람이 개미만 한 크기로 그려져 있다. 산보에 나선 유클리드이다. 산보 길에 동행해보자. 한없이 뻗어가는 이 길은 도로의 양옆 평행선은 절대 만나지 못하는 유클리드의 평행선일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다보니 한 점에서 만나 그 공리에 어긋나고 만다. 유클리드의 기하학은 공간에 있는 것일까, 마음에 있는 것일까? 마그리트는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닌 생각하도록 만드는 그림을 통해 언어와 사물에 대해, 존재와 세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초현실주의 작가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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