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배준호] 금융산업이 번 달러로 여행하려면 기사의 사진

저축은행 문제로 2년째 많은 국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9조원대에 이르는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의 파렴치한 금융비리가 발각된 것이 지난해였는데 1년 만에 다시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해 선의의 고객들과 국민경제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상식을 벗어난 경영자들의 행태가 서글프다. 평소 금융업이 번 달러로 해외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필자에게 저축은행 사태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문제가 된 저축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빌려줘야 할 곳에 빌려주기보다 임직원들의 사업자금으로 빼돌리고, 없는 자산을 부풀려 허위기재하고, 수많은 시간을 비리를 감추는 데 허비하였다. 감독당국은 금융 일선의 현장을 관찰하는데 현미경 아닌 망원경을 사용했으며, 피감기관과 유착해 비리의 발각을 늦추면서 고객 아닌 자기들만의 윈-윈 전략을 구사하였다.

전과자가 CEO 되는 현실

30, 40년 전에 청산했어야 할 낙후된 금융관행의 이면에는 김양(부산저축은행), 김찬경 같은 상식 이하의 금융 CEO가 있다. 거액의 고객 돈을 만지는 자리에 희대의 사기전과자가 앉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돈만 끌어오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금융당국의 신중치 못한 처사가 원죄라고 할 수 있다.

김찬경이 정관계 로비로 승승장구하던 2008년 7월, 국내 134명의 금융 CEO들은 우리의 금융 경쟁력을 선진국의 62% 수준으로 평가했다. 4년여가 지난 금년 3월의 조사에서도 158명의 금융 CEO들은 68%(은행 70점)로 평가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약한 경쟁력의 원인으로 과도한 금융규제와 감독, 금융사 수익구조의 편중, 전문인력 부족, 금융사 규모의 영세성 등을 들고 있는데 ‘금융인의 낮은 윤리의식’과 ‘외국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과보호 체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삼류 금융이니 저축은행 사태가 또 터져도 할 말 없지. 지금 이 시간에도 곪아가고 있는 분야, 나는 아는데…” 하는 금융인의 자조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의 일류 제조업체가 언제까지 달러를 쓸어 담아올 지 낙관할 수 없다. 산업의 최상류에 위치하는 금융업 등 서비스업이 경쟁력을 높여 달러를 벌지 않으면 3만, 4만 달러로의 지속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지 모른다.

규제와 보호의 그늘 벗어나야

우리 금융업을 선진화하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까. 무엇보다 윤리의식을 결한 범죄경력자가 금융 CEO에 선임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능력이 입증된 이들이 CEO로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다음은 금융감독에 경쟁을 도입하여 금융감독원이 권한 위에 졸지 않도록 한다. 자고로 감독자가 복수라야 유착의 소지가 적다. 세 번째는 업종별로 10개사 이내로 통폐합하여 경쟁력이 약한 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돼있는 지금의 호송선단형 산업구조를 깨뜨린다. 네 번째는 업종 간 업무영역 구분, 상품개발, 신규 진입 등과 관련한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지원한다.

그래야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금융사가 나타나기 어렵다(응답자의 29%)는 패배주의를 떨쳐버릴 수 있다. 지금도 규제와 보호의 그늘에 안주하여 생존을 강구하려는 금융기업과 금융인이 적지 않다. 눈을 해외로 돌리고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금융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선진화의 왕도라고 할 것이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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