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최봉현] ‘건축학개론’ 동영상 유출의 교훈 기사의 사진

영화 ‘건축학개론’ 동영상이 불법 유출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지식재산권 보호의식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상영 중인 영화의 동영상 파일이 유출된 사건은 2009년에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해운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는데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은 심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건축학개론’ 영화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아 보았다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얼마나 될까. 극장에서 보지 않고, 온라인에서 제 값 주고 다운로드 받는다면 2000∼3000원 정도다. 연간 10편의 영화를 본다면 집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를 받아 볼 경우 개인은 2만∼3만원 정도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불법 동영상이 유출될 경우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범위를 좁게 줄여보면 소비자들이 얻는 편익만큼 공급자(제작사, 투자사 등)가 손해를 본다는 계산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국민경제적으로 보아 영화 공급자의 수익 감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산업의 선순환 구조 붕괴와 함께 유통, 제작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미 지난 10년 동안 불법적인 영화 유통으로 인해 극장 외의 2차 판권시장인 비디오 가게가 추풍낙엽으로 문을 닫는 것을 확인했고, 수 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영화제작부문의 직업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제작사와 투자자는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해 누적 적자로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영화사가 손실을 입게 되면 재투자가 어렵고, 우리는 앞으로 더 좋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된다. 불법 콘텐츠의 유통으로 개인은 2만∼3만원의 작은 편익을 얻는데 비해, 앞으로 나올 좋은 영화의 싹을 무참히 잘라버리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이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내부자 소행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작사측의 발빠른 대응으로 유출 하루 만에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불법 동영상이 제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직접 실험해 봤다. 20대 초반의 대학생과 먼저 ‘건축학개론’ 동영상 파일을 다운받는 조건으로 내기를걸고 테스트해 봤더니 대학생은 2분 만에, 필자는 10분 만에 이 영화의 불법 동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저작물은 한번 유출되면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콘텐츠의 불법적인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국민의 의식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 보호에 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도 필수적이다. 정부당국은 물론 국민도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지식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이전에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 중요하던 시대였다면 이제는 더 이상 가격이나 품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제품은 디자인, 콘텐츠, 편의성, 서비스에서 심지어 문화까지 포함시켜서 판다.

그 원천이 바로 지식이다. 지금 지구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그렇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애플도, 삼성도 지금과 같이 성장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도 사라졌을 것이며, 당연히 우리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접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건축학개론’ 동영상 불법유출 사건은 개별 영화의 차원이 아니라 지식재산 전반에 대해 큰 교훈을 던진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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