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 그윽한 소나무가 그립다… 소나무 숲 5선 기사의 사진

소나무 숲이 그리운 계절이다. 날씨가 더울수록 솔향 그윽한 오솔길을 산책하거나 시원한 숲 그늘에 누워 솔바람을 벗하면 심신이 더욱 청량해진다. 소나무 중 으뜸은 목질이 금강석처럼 단단한 금강송. 속이 붉어 황장목 혹은 적송, 줄기가 매끈하게 뻗어 미인송, 집산지에 따라 춘양목과 안면송 등으로 불리는 금강송은 예로부터 궁궐의 기둥으로 쓰인 귀한 목재다. 경북 울진의 소광리 등 명품 소나무 숲으로 사색의 여행을 떠나본다.

◇소광리 소나무 숲(경북 울진)=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불영계곡에서 917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원시의 계곡을 달리면 금강송이 군락을 이룬 울진군 서면의 소광리가 나온다. 소광리 금강송 숲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까닭은 오지 중 오지였기 때문. 조선 숙종 때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이 금지됐던 소광리 금강송 숲은 1959년 육종림으로 지정된 후 민간인 출입이 오랫동안 금지됐었다.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광리 금강송 숲은 황장봉계 표석에서부터 펼쳐진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6배인 1800㏊. 삿갓재와 백병산 기슭을 따라 200살을 훌쩍 넘긴 노송만 8만여 그루나 자란다. 이곳에서 가장 나이 많은 금강송은 520살. 임도와 계곡으로 이루어진 금강송 산책로는 3개 코스로,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울진군 문화관광과 054-789-6890).

◇서벽리 소나무 숲(경북 봉화)= 금강송 중에서도 봉화군 춘양면 일대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춘양목이라 부른다. 1980년대 초까지 춘양역을 통해 금강송이 실려 나갔기 때문에 부르는 금강송의 별칭이다. 춘양역에서 88번 지방도를 타고 태백산사고지를 스쳐 지나면 영화감독 김기덕의 고향인 서벽마을이다. 백두대간 남쪽에 위치한 서벽마을은 글자 그대로 서(西)쪽의 벽(壁)이라는 뜻.

서벽마을에서 춘양목 숲으로 가는 임도는 고즈넉해서 좋다. 상큼한 피톤치드와 산새 소리를 좇아 걷다 보면 어느새 전봇대처럼 쭉쭉 뻗은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100㏊ 넓이의 서벽 춘양목 숲에서 문화재 보수용으로 선택된 춘양목은 1500여 그루. 1.5㎞ 길이의 탐방로를 따라 잘생긴 춘양목이 병사처럼 도열해 있다(봉화군 문화관광과 054-679-6341).

◇준경묘 소나무 숲(강원 삼척)=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이자 목조의 아버지인 고려 이양무 장군의 묘소. 왕릉도 아닌 장군의 묘가 유명해진 까닭은 묘를 둘러싼 수백 그루의 잘생긴 금강송 군락 때문이다. 조선시대엔 백성들이 감히 발조차 들여놓지 못하던 왕실 소유의 임야였고, 근래에는 전주 이씨의 문중림으로 관리돼 도벌과 남벌을 피할 수 있었다.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1㎞쯤 걷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금강송 군락에서 유독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30m 높이의 이 금강송은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과 혼례를 맺어 화제가 됐던 미인송.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방방곡곡을 뒤져 찾아낸 가장 형질이 우수한 금강송으로, 잔가지 하나 없이 곧게 자란 모양이 마치 전봇대를 방불케 한다(삼척시 관광정책과 033-570-3845).

◇삼릉 소나무 숲(경북 경주)= 경주 남산의 서쪽 자락에 위치한 삼릉은 ‘현대판 솔거’로 불리는 배병우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소나무 숲. ‘카메라로 소나무를 그린다’는 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이 2005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가수 엘튼 존에게 팔리면서 촬영장소인 삼릉은 안개 낀 새벽에 사진작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삼릉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왕릉.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삼릉과 돌다리로 연결된 솔밭은 경애왕릉을 호위하듯 촘촘한 간격으로 둘러싸고 있다. 삼릉 주변에서도 옛 35번 국도 서쪽의 솔숲은 삼릉이나 경애왕릉의 도래솔처럼 촘촘하게 뿌리를 내리지 않아 여백미가 돋보인다. 이른 새벽에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면 소나무들이 마치 무대에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경주시 문화관광과 054-779-6077).

◇안면도 소나무 숲(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안면송(安眠松)이라는 별칭을 얻은 소나무는 여송(女松)으로 불린다. 목질이 해송보다 유연하고 나무의 생김새도 여성을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5m 높이의 안면송이 잔가지 없이 쭉쭉 뻗은 모습은 늘씬한 미녀가 양산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시대에 남벌을 막기 위해 주민을 소개할 정도였지만 일제강점기 시절에 많이 훼손됐다.

안면송 군락지는 안면읍 정당리의 77번 국도 주변과 안명자연휴양림 등 두 곳. 특히 수령 100여년 안팎의 안면송이 자생하는 430㏊ 규모의 안면자연휴양림은 붉은 빛깔의 소나무 줄기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약 10㎞ 길이의 소나무 산책로가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숲 속의 집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안면자연휴양림 041-674-5019).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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