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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무정] 기독교의 美德

[삶의 향기-김무정] 기독교의 美德 기사의 사진

지난주 취재차 만난 ㈜에스씨엘 이상춘(56) 사장의 인생 스토리가 한 주간 내내 마음에 남았다. 경북 김천의 가난한 시골소년이었던 그는 열심히 준비한 고교 시험도 치르지 못하고 15세에 돈 벌러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그는 이 응어리를 사재 111억원을 출연한 장학재단설립을 통해 풀었다. 여기에다 동남아시아 저개발 국가에 학교와 병원과 교회 10여개를 지었다. 이 사장은 단순히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수혜 학생들에게 멘토를 붙여주고, 수련회를 열어 자신감을 심어주는 등 다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장학생들이 잘되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품는 사랑과 용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동기부여와 직면한다. 사건이나 상황이 큰 것일수록 그 여파의 느낌이나 감정은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다짐과 각오의 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원한에 사무쳐 있기도 한다.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고, 애틋한 추억에 잠기게도 만든다. 앞서 소개한 이 사장의 경우 자신의 아픔을 오히려 선(善)과 사랑으로 풀어낸 성공적인 동기부여 사례일 것이다.

요즘 우리가 접하는 주변 상황들은 너무나 팍팍하다. 내게 해를 입히거나 피해를 준 사람은 반드시 복수를 해 되갚아 주어야 하고, 내가 손해를 본 만큼 반드시 보충 받아야 속이 풀리는 것이 정상인 것으로 인식돼 있다. 가끔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집단 이기주의도 만만찮다. 앞뒤 따져 보지도 않고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집단 이지메가 횡행하고 있다. 동네에 큰 건물이라도 들어설라치면 주민들이 일조권과 공사소음을 앞세우며 대뜸 머리띠부터 두른다. 단체에 불이익이 좀 될 수 있는 사안이 발표되면 성명서부터 내고 대정부 결사항쟁을 다짐한다. 내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철저히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는 사회가 됐다.

이런 여파 때문일까? 국내 기독교계도 수년 전부터 교권에 대한 갈등과 다툼이 이어져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실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안들은 너무나 단순하다. 거의가 “우리가 옳고 너희가 틀렸으니 우리 생각에 따르라”이다. 설사 잘못했더라도 이해와 용서가 없다. 그리고 “법, 법”을 외친다. 몇 번의 논쟁에도 결국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세상법정에 서게 된다. 추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차례인 것이다.

손양원 목사의 초월적 사랑

기독교는 ‘사랑과 용서의 종교’다. 사랑과 용서는 모든 상황을 품는다. 그래서 사랑을 기저(基底)로 깔면 화해도 하고 사과도 하고 양보도 한다. 기독교가 갖는 이 사랑과 용서의 미덕 때문에 기독교 2000년 역사는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더욱 꽃을 피웠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기독교의 본질을 우리 교계 지도자들은 잠시 잊은 것일까?

순교자 손양원 목사가 수많은 기독교인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두 아들을 총살시킨 원수를 양자 삼는 초월적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마르틴 루터는 “허물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일은 모든 창조 질서에 순응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톨스토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봄이 무르익었다.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랑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지, 용서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지 나를 되짚어 볼 차례인 것 같다.

김무정 종교부장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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