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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20) 뉴턴의 초상

[예술 속 과학읽기] (20) 뉴턴의 초상 기사의 사진

그림의 왼쪽은 화려한 색의 풀이 빽빽하게 덮여 있는 바위다. 대각선으로 이분된 화면의 오른쪽은 완전히 캄캄한 무한세계이다. 그 가운데 경계선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시스틴 성당 천장벽화를 연상시키는 남자는 두루마리 천 위에 도형을 그리고 있다. 중세기 성서에 위대한 기하학자로 그려졌던 신이 세상을 만들 때 우주를 측량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여겨졌던 그 컴퍼스를 들고 도형에 집중하고 있다. 이 남자, 바로 아이작 뉴턴이다.

만유인력의 법칙, 스펙트럼의 분석, 미적분법 등을 규명해낸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 수학자. “과학은 두 물체 사이에 어떻게 인력이 작용하는지 설명할 뿐,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고 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바다 심연 속에 가라앉아 화려하고 풍성한 자연의 세계에 등을 돌리고 캄캄한 어둠을 마주하고 컴퍼스로 세상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시인이자 화가로 영국의 낭만주의 흐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8세기 산업혁명과 계몽주의를 배경으로 상상력과 직관을 강조하고 영적인 비전으로 세상을 보던 그에게 뉴턴의 광학이론은 수용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예술은 삶의 나무이고, 과학은 죽음의 나무이다”라고 주장하는 예술가가 그려낸 과학자의 자리는 바로 여기 바다 밑 어둠 속이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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