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찬웅] 빈곤의 새로운 얼굴, 워킹푸어 기사의 사진

근로빈곤(working poor)은 우리 사회 빈곤의 새로운 얼굴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약 10%, 빈곤층의 52% 정도가 근로빈곤에 해당된다.

전통적인 빈곤의 개념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의 가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근로빈곤은 전통적인 빈곤 개념에서 벗어나 있다. 전통적인 빈곤개념에 기반을 둔 사회정책은 빈곤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정책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근로빈곤의 급증은 이런 빈곤 개념과 빈곤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근로빈곤층은 일을 하지 않아 가난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빈곤층의 반 이상이 근로빈곤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와 노동시장의 문제를 함께 보여준다.

비정규직 증가가 주원인

근로빈곤의 문제는 서구 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많은 국가들이 근로빈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불안정화와 함께 나타나는 비정규직의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임금이 낮고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수록, 그 사회의 근로빈곤층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빈곤의 핵심은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의 질, 즉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과 직결된다. 좋은 일자리는 단순히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 및 근로 조건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중에서 근로빈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다. 우리의 경우 근로빈곤층의 급증은 경제위기 이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이동했거나, 구직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한번 비정규직에 속하면 정규직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빈곤층에 대한 정책은 무엇인가? 첫째, 전통적인 빈곤 정책이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집중했다면, 앞으로 빈곤정책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생계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시장 정책으로는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 가능하다. 셋째, 비정규직의 임금이나 고용 조건 향상이 초점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근로빈곤은 국가 정책의 분야 간 연계를 요구한다. 즉, 지금까지 노동시장 정책은 일자리 창출, 복지정책은 빈곤 정책 식으로 분리되어서 추진되었다면, 근로빈곤 문제는 노동시장과 복지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것을 요구한다. 현재의 근로빈곤층 증가는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노동시장과 복지의 연계방안으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상 현재 일하는 사람에게도 제공되는 생계비 수준을 늘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현재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는 직업 훈련과 고용 알선 정책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적극적으로 연결시켜 대상자가 저임금의 자활관련 사업이 아니라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갖도록 도와주는 정책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

빈곤 탈출을 위해서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타당한 전략이다. 그러나 근로빈곤층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근로빈곤층 해법의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찬웅(연세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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