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용민] FTA로 소비자 행복지수 높이기 기사의 사진

2012년 5월 21일 현재 전 세계에는 333개의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 중이다. 협정 당사국 간 관세를 면제해 주거나 개방의 문을 더 활짝 열어주는 FTA는 최근에야 붐을 이루고 있다. 전체의 87.1%가 1995년 이후에 체결되어 이제는 FTA를 통하지 않으면 역차별을 당할 정도다. 심지어 이념적으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대만이 FTA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끌어안기 시작했다. 또 냉전 종식 후에 분리 독립되었던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도 FTA보다 수준 높은 경제결합체인 관세동맹의 우산 아래 다시 모이고 있다.

왜 FTA가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가 되었을까. 각국이 수출증대를 통해 좀처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FTA에 대항할 특효약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해답은 FTA의 본질을 간과한 낙제점에 가까운 낮은 수준의 답안에 불과하다.

수입업자가 FTA 최대 수혜자

FTA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수면 위에 부상해 있는 수출자가 아니라 수입업자다. 무역관행상 통관하면서 관세를 내지 않는 당사자는 수입업체이기 때문이다. 수입업체가 관세를 내지 않으니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의 도·소매가격이 정해지고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실질 소득의 제고를 통해 보다 풍성한 장바구니를 향유하게 된다. 더 나아가 안정된 물가는 한 나라의 경제체질을 굳건하게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가 45개국과 FTA 네트워크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물가인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로 5%이상 관세인하 혜택을 보고 있는 수입업체 중 28.6%의 기업들이 도매가격을 인하했고 43.7%는 인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관세를 부담한 재고물량을 모두 소진할 충분한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고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높아졌다는 것이 관세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데 머뭇거리는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속내는 다른 데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관세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유인이 적으면 스스로의 주머니에 넣을 유혹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FTA로 전 국민, 모든 소비자가 행복해지기 위해 관세인하분 못지않게 수입시장의 경쟁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칠레산 포도주에 15%의 관세를 면제해 주었지만 미국과 EU산 포도주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가격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미국과 EU산 포도주가 들어오면서 비로소 판매경쟁이 가열되고 가격인하 바람도 불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과점체제가 있다면 진입장벽을 낮추어 새로운 업체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수입시장 경쟁체제로 개편해야

더불어 유통채널 간 경쟁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매장을 활성화하고 병행수입제도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해외거래선과의 불공정 계약을 소비자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세밀한 정책적 접근도 중요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지 않거나 할인을 못하도록 못 박는 계약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이익이 중간에 너무 부풀려지는 것은 아닌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비자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 권력은 항상 소비자 이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정책보다 FTA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를 제고하는 데 특효약이 될 것이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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