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권상희] ‘집단 인지부조화’의 폐해 기사의 사진

우리는 매일 선택과 클릭을 하면서 디지털시대를 살아간다. 인터넷에서의 선택은 자신의 믿음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원한 답, 원하는 질문만 선택하고 노출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믿거나 이미 한 행위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를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우리는 한 번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인지의 믿음을 확고히 하려고 한다. 개인과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인지부조화를 줄이거나 태도 합리화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1960년대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매스미디어의 제한적 효과를 논하기 위해 차용된 ‘선택적 노출’이란 개념에서 발전된 것이다.

진실 외면한 통진당이 대표 사례

개인의 인지부조화는 부모가 반대한 결혼을 한 경우나 잘못된 구매를 한 경우도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려는 경향에서 잘 드러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이슈인 경우 사이버공간에서 소통을 통해 이견을 줄이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모두 천안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는 동일하다. 같은 정보에서 출발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매우 상반된 결론에 도달한다. 심지어 루머를 신뢰하고 극단적인 믿음을 갖기도 한다. 소위 ‘동조화 폭포현상’을 보인다.

사람들은 전체여론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집단 극단화’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소통과 논의가 거짓을 시정하기는커녕 기존의 믿음을 강화시킨다. 정치심리학적 입장에서 선택적 노출과 ‘선택적 귀먹이 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태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기존 태도를 부정할 수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거나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생각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인지부조화 문제는 더 중요하다. 최근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집단 인지부조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 대표들부터 당원들까지 너무나 뻔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통진당 특정파가 보여주는 일종의 정신착란이나 인지부조화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한번 결정내린 일에 대해 인지적 부조화가 나타나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되도록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몰아간다. 집단 인지부조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잘못된 결정 과감히 인정해야

내가 한 결정이니까 옳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옆을 돌아보지 않게 만든다.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의 길도 막는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단절이 오고 결국 잘못된 결정을 밀고 나간다. 인지적 부조화를 인정하고, 잘못된 판단에 대해 태도나 행동을 바꾸어서 부조화를 줄여 나가려는 노력은 공적인 영역일수록 더 필요하다. 특히 전제주의 국가나 우상을 숭배하는 국가의 정치적인 신념은 한번 결정이 되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적인 신앙처럼 삶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터넷은 선택적 노출의 대표적인 매체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선택적 노출은 매우 긍정적인 방향의 메시지 효과이다. 반대의 경우는 ‘선택적 비노출’이다. 사랑하는 이를 매일 볼 수 없는 고통보다 증오하는 이를 매일 봐야 하는 고통이 더 큰 것이라면 소통은 고사하고 더 큰 선택적 귀먹이가 되어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된다.

충돌과 고통의 철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든, 정치인이든, 개인이든 잘못된 결정이나 실수를 과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권상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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