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인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기사의 사진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등 해법을 두고 한·일 정부 간, 일본 정부나 전범기업과 피해자 간, 한국의 청구권자금 수혜기업과 피해자 간에 풀어야 할 복잡한 방정식이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 피해자들이 개별소송의 결과에 따라 신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의 재산을 압류할 경우 한·일 정부 간 외교마찰과 이로 인한 양국의 정치·경제적 부담 등 그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지원위원회는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설립된 ‘기억, 책임 및 미래재단’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정부와 청구권자금 수혜기업,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 등 2+2 형태의 지원재단을 설립해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파급효과 가늠하기 힘든 상황

청구권자금의 대표적 수혜기업인 포스코는 이미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을 위해 기금 1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 코레일 등 관련 기업들도 재단 참여를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 법원조차 피해자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인하고 일본 우익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가운데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와 변호사연합회가 ‘재단설립을 통한 해결’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본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와 조정이 필요하다. 오는 6월 30일로 마감되는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위로금 지급 신청 접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고, 강제동원 피해의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확인하고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피해자 개인의 신고사건 처리에 치중했던 본 위원회는 이달부터 일본 홋카이도 탄광지역 한국인 희생자 유골조사와 사할린 공동묘지, 중국 해남도 천인갱, 우키시마마루 폭침사건 현장의 희생자 유골 발굴조사 등 대규모 피해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할 형편이다.

또한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밝힌 바 있는, 한국인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규모에 비해 겨우 10% 정도인 9만 여명만 위로금 등 지급신청을 한 점에 비춰 보면 향후 피해자와 유족들의 피해조사 신청 및 조사기간 연장, 현실적인 보상책 제시 등 정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본 위원회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 설립과 함께 피해자와 유족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나아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한·일 양국 간 외교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日, 결자해지 노력 기울여야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한 시효는 없다는 것이 근대법의 기본원리라면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언급되지 않은 위안부와 사할린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한일청구권협정 내용 중에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포함돼 있더라도, 개인청구권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한국 정부와 청구권자금 수혜기업이 참여해 대국적인 자세로 한·일 간에 오래 묵은 역사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박인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조사지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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