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 시초가 궁금한 게 한 두 가지랴만 밥도 그렇다. 도대체 누가 처음 쌀로 밥 해먹을 궁리를 해냈을까? 쌀이 물을 머금으면 부피와 크기가 커진다. 또 부드러워진다. 따라서 쌀과 물의 결합 필요성은 먹을 것이 부족하고, 치아가 좋지 않았을 원시인들도 경험상 일찍부터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쌀과 물을 한데 넣고 끓여서, 그것도 뜸까지 들여서 생쌀보다 훨씬 풍미 있고 먹기 좋은 밥을 지을 생각을 해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밥 짓는 법은 어느날 갑자기 발명된 것이 아니라 긴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해온 것이겠다. 그럼에도 ‘쌀+물+불=밥’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가히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영어로 밥을 steamed rice, 혹은 boiled rice라고 한다. 하지만 밥, 적어도 우리식 밥은 단순히 ‘찐 쌀’이나 ‘끓인 쌀’이 아니다. 밥을 짓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 우선 물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넣어야 하고, 불을 때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물이 자작자작해지면 불을 약하게 했다가 다시 한번 세게 해서 뜸을 들여야 한다.

아시아인 대다수가 밥을 주식으로 하지만 한국인의 밥 짓는 솜씨는 예로부터 정평이 나있다. 청나라의 장영은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이란 글에서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며 ‘조선사람들의 밥짓기’를 극구 칭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밥은 짓는 솜씨도 중요하지만 쌀이 그 기본이다.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찰지고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밥은 자포니카라는 단립종(短粒種) 쌀의 특징이다. 자포니카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중 10%를 차지한다. 나머지 90%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나는 중장립종인 인디카다. 밥에 전혀 찰기가 없어 후 불면 날아가는 품종이다. 과거 우리가 없이 살던 시절 구호미로 받아먹던 이른바 안남미 또는 알랑미라고 불리던 쌀.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를 빼고 세계인들은 인디카를 더 선호한다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쌀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입맛에 맞고 찰기 있는 인디카 품종 개발을 시작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 때문이다.

한국이 아열대가 돼간다는 소리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지만 바야흐로 쌀마저 동남아형으로 변화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일설에 먹는 게 바뀌면 모습도 바뀐다는데 이러다 한국인의 모습마저 동남아형으로 바뀌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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