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생각과 말 기사의 사진

“올해는 부쩍 힐난의 언어가 많아지고 있다. 몇년 후 사회적 부채가 될 것이다”

진 드리스콜(Jean Driscoll)은 1966년 미국에서 태어난 장애인이다. 척추불구로 태어난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불우한 소녀였다. 그녀의 생애를 바꾼 한마디 말이 있다. “내가 보니 왕좌가 놓여있고 거기에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앉으셨는데…그의 보좌는 불꽃이요 그의 바퀴는 타오르는 불”이라는 구약성경 다니엘서 7장 9절에 나오는 말씀이다.

이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론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청년 다니엘이 남다른 총명함 때문에 느브갓네살 왕의 귀여움을 얻어 바빌론 왕궁에서 생활하던 중 하나님에 대한 비전을 본 장면을 기록한 것이다. ‘하나님의 휠체어’라는 글을 쓴 미국의 신학자 데니스 피셔(Dennis Fisher)는 드리스콜의 이 독특한 깨달음은 다니엘의 비전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이후 드리스콜은 일리노이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휠체어 경주 지도를 받아 110년 역사의 보스턴마라톤 여자 휠체어 부문에서 8차례 우승과 5회의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 여자 휠체어 마라톤 1시간 34분 22초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에 4회 출전해 5개의 금메달, 3개의 은메달, 4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현재 세계 장애 아동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헌신하고 있는 그녀가 값지게 깨달은 것은 자신의 휠체어가 하나님 보좌의 형상과 같다고 확신하는 데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창세기 1장의 믿음이 자신의 휠체어에까지 연결됨으로써 이 위대한 믿음은 삶의 대전환을 이루게 만든다. 이제 휠체어는 더 이상 불편한 장애인 용구가 아니라 인격적인 하나님이 불꽃처럼 밀어주는 영광의 마차로 전환되는 것이다.

호세 리마(Jose Lima)는 1972년생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야구선수다. 2008년 기아타이거즈에서 투수생활을 하기도 했던 리마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21승을 거둔 특급 선수였다. 그의 몰락은 의외로 한마디의 말에 있었다고 조엘 오스틴(Joel Osteen) 목사는 말한다.

그는 1990년대 말 휴스턴 아스트로스의 스타플레이어 투수였다. 2000년 아스트로스의 홈구장이 완성되었을 때 팀의 에이스였던 리마는 구장을 둘러보던 중 머리끝까지 화를 냈다. 좌측 펜스가 이전보다 훨씬 짧았기 때문이었다. 좌측 펜스가 짧으면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투수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젠장, 이런 구장에서 이기기는 글렀다.”

새로운 구장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새 시즌이 개막되었지만 저주를 퍼부었던 리마는 전년도 21승을 거둔 투수라고는 믿을 수 없게 연속 16패 투수로 전락했다. 이 구단 저 구단을 전전하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 그는 멕시코리그를 거쳐 한국에까지 오게 됐다. 2010년 리마가 LA자택에서 사망했을 때 단짝이었던 기아 양현종 선수가 깊은 슬픔에 빠졌었다는 일화는 야구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생각과 말은 발화한 내용 그대로 작용되는 힘이 있다고 영성(靈性)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말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결실로, 미움과 부정(否定)의 말은 그 표현된 미움과 부정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힐난하기 쉽다. 그러나 그 힐난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부메랑이 되기 일쑤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가 있는 해여서 우리 사회에 비판과 부정의 언어가 여느 해보다 많아지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 유권자들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권을 향해 험한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쏟아내는 이 부정적 에너지는 몇 년 후 우리가 대가를 지불해야 할 사회적 부채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과 화평함을 증진시키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후진국과 선진국의 대표적 차이일 것이다.

임순만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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