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교통신] 공만 차지 말고 이녀석들아∼

[유럽 선교통신] 공만 차지 말고 이녀석들아∼ 기사의 사진

축구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축구의 대륙 유럽의 아침을 향해 날아가는 길에 이 편지를 씁니다. 월드컵처럼 4년마다 개최되는 최고의 국가대항전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즉 유로2012 대회가 바로 8일부터 시작됩니다. 그 열기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벌써부터 달아올라 뛰는 가슴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암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해주는 축구로의 도피=어찌 보면 2차대전 이후로 가장 어둡고 힘든 시련을 겪고 있는 유럽의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이벤트라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축구로 살고 축구로 죽는 자들에겐 일단 공을 찰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살아 숨쉬고 있는’ 증거이자 유일한 희망이 됩니다. 집안이 쫄딱 망해서 근근이 빌어먹고 사는 형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가서 공만 차는 속없는 아들놈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럴까요? 조별리그 대진표를 보며 문득 “공만 차지 말고 이놈들아…”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유로2012대회의 개막전은 그리스와 폴란드의 A조 리그전 첫 경기입니다. 온 국민이 평생을 갚는다 해도 못 갚을 수백조원의 빚더미에 눌려 파산상태인 그리스가 이 축제의 팡파레를 부는 것을 바라보는 이웃국가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이 천덕꾸러기가 골을 넣은들 박수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나 할까요?

문자 그대로 ‘죽음의 조’인 B조는 4개 팀 모두가 FIFA 랭킹 10위 안에 드는 우승후보들입니다.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덴마크! 빈사상태의 유럽경제를 연명시키고 있는 독일은 예선 10경기를 전승으로 통과하여 공부(경제)와 공차기 모두 우등인 진정한

‘엄친아’입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역시 둘 다 잘하는 모범생. 다만 포르투갈은 메이저 대회만 나가면 부진한 간판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아우 호날두의 한방에만 기대를 걸뿐 이웃에서 끌어다 쓴 빚으로 근근히 연명하는 파산직전 국가입니다.

C조에는 유럽 최고의 창과 방패라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맞대결이 빅매치로 관심을 모읍니다. 그리스 다음으로 위험한 경제위기에 처한 스페인은 그야말로 ‘공만 잘 차는’ 불량학생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바꾸어놓은 짧은 패스 위주의 발빠른 전개가 압권이며 전 대회인 유로2008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사상 최초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공만 잘 차는 라틴어권 국가들의 부흥과 회복이 더욱 절실=D조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신예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보강한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와 이에 맞서는 프랑스의 대결이 관심을 모읍니다. 잉글랜드는 전력의 핵심인 웨인 루니가 예선 최종전에서의 퇴장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을 결장하게 되어 ‘루니 없는 잉글랜드’가 자력 생존할 수 있는 지 가 관건입니다. 프랑스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줄줄이 라틴어권 국가들의 경제가 파산지경인 상황에서 프랑스마저 무너지면 안되겠기에 힘내라고 응원해주고픈 마음입니다.

지금 제가 유럽선교통신을 쓰고 있는건지 유럽축구통신을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드리면, 유럽의 암울한 현실을 축구를 통해 잠시 잊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론 유럽문명의 근간인 기독교 정신을 회복하는 것만이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역사와 문화 속에만 존재하는 명목상의 기독교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나 마리아의 품에 안긴 연약한 아기 예수가 아닌 생명의 주, 부활의 주 예수 그리스도가 유럽인의 삶의 현실 속에서 주인으로 역사할 때 비로소 유럽에 진정한 부흥과 회복의 역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국기에 그려 넣는 무늬로서의 십자가가 아니라 자기부인과 희생을 통해 생명을 얻게 하는 삶의 원리로서의 십자가가 회복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서태원 유로코트레이드앤트래블 대표/동안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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