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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23) 광학이론과 감각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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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데생을 통해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반대로 대상에 대한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서양 미술사를 관통하는 대립이다. 19세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대립도 이에 상응하는 선과 색의 논쟁에 다름 아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작가 들라크루아는 단연 색의 새로운 표현력을 발전시킨 작가다. 북아프리카의 아랍세계를 여행하면서 그는 아랍의 카펫을 보고 한 가지 색이 진동하듯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 색을 진하게 넓게 펴서 칠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톤의 여러 색을 병치해서 짧게 짧게 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제리 할렘의 모습을 담은 ‘알제의 여인들’은 논리적이고 치밀한 보색효과를 통해 평범한 실내풍경을 보석이 명멸하듯 방안 가득한 색과 빛의 향연으로 그려내고 있다.

들라크루아의 감각과 주장에 근거가 된 광학이론은 화학자 슈브뢸(1776∼1889)이 제시했다. 천연염료 원료를 연구하던 그는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의 염색 책임자로 임명된 후 발색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색채의 보색효과로 색상이 뚜렷해진다는 현상을 발견, ‘색채의 동시 대비 법칙’이라는 저서를 발표한다. 슈브뢸의 광학이론과 들라크루아의 감각적인 발견의 융합은 이후 인상파, 20세기 추상화라는 새로운 길을 연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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