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남한 안의 북한 3神 숭배자들 기사의 사진

북한은 예사 왕국이 아니다. 유사 신정(神政)까지 겸했다. 2400만 명이나 되는 인민을 가진 국가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신정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 실체가 있다. 바로 북한체제다. 다만 북한의 인민들이 마음에 우러나는 신심으로 김씨 3대를 숭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에게는 대안이 거의 없다. 또 산업화 이전 단계의 삶은 둥지(혹은 토지) 귀속적이다. 살고 있는 땅에 대한 애착이 북한사회의 얼개를 유지케 하는 원동력의 하나가 아닐까?

북한 신정체제의 사이비 3신은 오히려 남한에서 ‘신심에 의한 숭배’를 받고 있다. 종북주의자인지 신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렬한 신봉자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정치·군사적으로만 말하자면 남북한은 적대국이다. 그 한쪽에서 다른 쪽의 통치자와 그 체제를 숭배하고 찬양하는 그룹이 형성돼 활동하고 있다(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입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어떤 성향의 인사인지는 당 측이 밝혀줘야 할 부분이다).

욕설이 넘쳐나는 언어구조

국가보안법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 3명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자 이 단체의 동료가 법정에서 소동을 벌였다. 그는 “개XX야, X새끼야. 재판장 X새끼 너 죽을 줄 알아. 미국 놈의 개야” 그러면서 재판장 쪽으로 돌진했다는 보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야. 알아?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새끼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어느 탈북자에 대해 한 국회의원이 했다는 말이다. 이 대단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역시 ‘새끼’라는 표현에 아주 익숙했다. 호통당한 탈북자가 말한 바로는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인터넷·라디오연설에서 “북한의 주장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의 모모한 인사들이 일제히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며 반발했다. 이것이 북한과 무력대치를 하고 있는 남한의 사회 및 정치 현실이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이 11일 정부와 새누리당에 공개질문장이라는 것을 보냈다.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등이 평양에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위협을 담은 문건이라고 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 국회의원 모두의 평양행적과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도 있단다. 한손으로는 악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증거 녹취록을 작성했다는 얘기다. 12월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뜻이겠다. 창피하게 된 사람 많겠지만 북한 체제의 속성을 거듭 확인하게 된 것은 의미가 있다.

대선을 좌지우지하겠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비밀접촉 대화 내용에다 ‘돈 봉투’를 폭로했다. 당국 간 비밀접촉의 내용, 선의의 예방과 친애의 덕담까지 폭로하겠다고 위협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체제가 북한이다. 우리는 이들과 휴전선 이쪽저쪽에서 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야권의 대표성을 가졌으니 말이지만, 그의 인식에 동조하는 정치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많을 것이다. 그는 최근 북한인권법과 관련, 내정간섭이고 외교적 결례라고 규정했다.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신매카시즘 선동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색깔론’ ‘신매카시즘’은 이제 야권인사들의 상투어가 된 인상이다. 기실 이건 공격자들의 비명이다. 때리면서 맞았다고 소리 지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끼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인사들이 바라보는 것은 북한의 동포들이 아니라 그쪽의 통치집단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쪽 지배자와 그 추종자들의 심기다. 그래서 누가 북한 권력자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하기라도 하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고 대든다. 그러니 어쩌자는 것인가. 우리가 먼저 알아서 북측 왕조에 불경한 언행을 하는 이쪽 인사들을 단죄해야 하는가. 이러다가 우리 국민 대다수가 ‘변절자’ 죄명을 쓰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시절을 살게 될 것만 같아서 오금이 저린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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