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배준호] ‘깜’이 안 되는 상위 1% 가려내야 기사의 사진

유럽발 재정위기로 우리 경제에 적색등이 켜지려 하는데 억대 연봉자가 늘어나고 출국자의 카드 씀씀이는 헤프기만 하다. 잡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남자 직원 연평균 급여는 가장 높은 H증권이 상위 1%(1억488만원)보다 10%가 많고 상위 10곳 중 6곳이 은행·보험·증권사이며,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9000만원 이하다. 이렇듯 국제경쟁력과 국민경제 기여도가 낮은 ‘깜이 아닌’ 기관 종사자의 상당수가 1%에 포함되어 있다.

지난 4월 2006년의 국세청 자료를 이용한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상위 1%가 국민소득의 16.6%를 벌어 소득세의 43.9%를 냈다. 분석대상 가구가 적고 총소득이 아니라서 ‘정확하지 않지만’이란 조건이 붙었지만 1억원 이상자는 2007년(1.2%), 2010년(1.6%)과 같이 늘고 있다.

경쟁력 약한 직종이 고소득

사실 이 같은 분석 작업은 본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몫이다. 이들 정보는 당국이 정책의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고 민주사회에서는 국민 다수가 알아야 할 정보이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못마땅해하기보다 자신들을 대신하여 작업한 조세연구원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IT 기술수준이 높고 주민번호로 개인별 재산과 소득자료가 체계화되어 있어 적은 비용으로 이들 작업을 행할 수 있다.

국내의 1%는 미국보다 덜 벌지만 세금을 더 내 그나마 낫다. 그래도 문제라고 판단하면 세부담을 늘리면 된다. 소득불균형은 버는 단계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납부한 후가 더 문제다. 우리는 소득세 등 직접세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낮아 소득재분배가 약한 편이다.

1%는 어떤 이들일까. 국민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주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작가, 크리에이터, 도산과 실패의 위험을 딛고 일자리를 만든 투자가, 경영인, 연구개발자,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외환 딜러나 수출입기업의 임직원, 유산상속자 등일 것이다. 하지만 땅 짚고 헤엄치듯 관행과 구습의 보호막 덕분에 1%에 든 이들도 상당수다. 정부가 근래 민간의 소득분배에 관여하지 않는 틈을 타고 경쟁압력이 낮은 서비스업에서 턱없는 마진과 수수료, 높은 수임료와 진료비 등 공급자의 우월지위를 이용한 초과이윤 추구가 일상화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1%에의 집중 자체보다 그 내역이다. 창의력과 도전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건설적인 1%에 들지 못하는 자격 미달의 1%가 많다. 그리고 이들에 기생하거나 시세에 편승하여 억대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 응분의 세부담을 하지 않는 2∼3% 그룹과 탈세로 5∼10% 권으로 분류되는 실질적인 1% 그룹도 적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생산성이 낮은 관리·사무직으로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공기업, 교육기관 종사자가 적지 않고 세금을 별로 안내면서 씀씀이가 큰 자영업자도 많다.

불평등과 갈등의 골 깊어져

“역할이 미미한 민간기업의 감사, 이사 등 임원급의 급여가 연 5억 원이든 10억 원이든 알 바 아니다”고 당국이 외면하는 사이에 불평등과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자본주의 경제의 종언이 가까워진다. 경제구조 변화와 납세자 저항으로 소득재분배 개선이 힘든 상황에서 당국은 임금 등 소득보상체계의 재구축 방향을 세우고 소득분배 단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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