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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염성덕] FTA 효과 독식하는 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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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들은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 동력을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EU·미국과 무관세나 관세 인하 조건으로 교역하게 된 데 따른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한·EU FTA가 발효되면 10년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2% 늘어나고 25만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같은 기간 동안 실질 GDP 증가율은 5.66%에 달하고 3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농축수산업과 제약 등 일부 산업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경제성장, 고용·무역수지 증가 등 선순환을 통해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종전보다 저렴하게 선진국 제품을 구입하는 등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평가는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독과점 유통구조 혁파하고

총론으로 보면 FTA 효과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대체로 맞을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들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국제통화기금(IMF)도 FTA 효과를 인정한다. IMF는 지난 12일 ‘2012년 IMF 연례협의 결과’를 통해 “하반기에는 한국 경제가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과 발효된 한·EU, 한·미 FTA에 힘입어 완만하게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과 국민도 한·미 FTA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기업 400곳과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미 FTA 3개월, 효과와 활용애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2.6%와 국민의 66.8%가 기업 경영이나 경제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는 한·칠레, 한·EU, 한·미 FTA 발효 이전과 이후의 수입 와인 가격을 비교한 결과 평균 22.4% 내렸다고 발표했다. 큰 틀에서 보면 FTA 효과가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차례 조사한 일부 수입제품의 가격동향을 보면 FTA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이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수입되는 위스키의 소비자 가격은 수입 가격의 5배를 넘었고, 유럽산 전기다리미 41종의 가격은 수입 원가의 2.5배에 달했다. 수입 유모차 10개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수입 가격의 3배에 달하기도 했다.

모두 독과점 유통구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독과점을 악용해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에서는 시장의 공정한 룰이 설 땅을 잃고 만다. 악덕업자들의 폭리 구조를 개선하려면 정부의 역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대형 유통업체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와인 값 낮춘 이마트 본받아야

공정위는 시장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업체와 품목을 공개하고, 담합한 업체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독과점적인 수입·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수입업체들 간의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대체재를 구입하거나 턱없이 비싼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등 ‘소비자 파워’를 보여줘야 한다.

이마트가 세계 최대 와인업체인 미 E&J갤로와 직거래를 통해 와인 가격을 반값으로 낮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마트는 수입 물량을 8배가량 늘리는 전략으로 협상을 벌여 E&J갤로의 공급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마트는 소비자 반응을 보고 대상 품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기업과 소비자가 공생하는 길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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