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정민] 이슬람주의 정권의 등장과 민주화 기사의 사진

‘이슬람이 해결책이다!(Islam is the solution!)’ 1980년대부터 무소속으로 의회선거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전통적인 구호다. 세속주의 정권을 총체적으로 부인하면서 이슬람에 기초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이처럼 이슬람식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 정권의 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형제단이 창설한 자유정의당(FJP)의 후보 무함마드 무르시가 16∼17일 열린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당선됐다.

대선에서 이긴 무슬림형제단

무슬림형제단 정권의 출범은 아랍 정세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수니파 국가에서는 이슬람주의 정권의 첫 번째 등장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시민혁명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총선에 이어 대통령선거에서도 이슬람세력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는 현재 정치변동이 진행되고 있는 중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튀니지, 리비아, 예멘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집트가 중동의 정치적·이념적 사조를 이끌어 온 문화 및 정치대국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창하며 군부독재를 몰아낸 2011년 초 혁명 이후 이처럼 이슬람세력이 득세하는 것은 부패한 세속주의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이슬람주의적 대안’으로 집결됐기 때문이다. 1928년 창설된 무슬림형제단은 중동 최초 그리고 최대 종교사회운동이다. 80년 이상 실질적 이집트 야권을 대표해 온 정치적 종교사회단체다. 온건한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면서 부패한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던 다양한 소셜서비스를 서민들에게 제공해 왔다. 학교, 병원, 고아원, 구호단체 등을 운영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저항해 온 최대 반정부 조직이다.

물론 수니파 무슬림형제단은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종교 세력과는 다르다. 수니파에서는 교황이나 성직자가 존재하지 않아 이란과 같은 정치형태가 등장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무슬림형제단은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나 탈레반 정권하고도 차별성을 갖고 있다. 폭력적 수단보다 점진적인 이슬람화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정권의 등장은 이집트는 물론 중동의 민주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무바라크 정권을 퇴진시킨 혁명세력의 열망은 자유민주주의였다. 혁명 당시 많이 등장한 구호와 슬로건은 ‘자유’와 ‘민주화’다. 2011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4월 6일 청년운동’의 아흐마드 마히르(32) 공동대표는 “이슬람세력이 집권할 경우 21세기와 맞지 않는 정치 및 사회경제구조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독교인들은 ‘절대 반대’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할 경우 이집트는 크게 바뀔 것이다. 술을 금지하는 등 이슬람율법에 따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최대 산업인 관광산업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인구의 40% 이상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집트에서 관광산업의 붕괴는 치명적이다. 이슬람정당의 집권은 서방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종교 간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후보는 유세에서 “샤리아(이슬람법)가 헌법”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슬람법에서는 주권이 알라에게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어야 하는 민주주의와는 크게 다르다. 이슬람법이 헌법적 역할을 수행할 경우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1000만 이집트 기독교인들의 지위와 삶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 기독교인들이 무슬림형제단의 집권을 ‘절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중동아프라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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