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홍종호] 후대에 비용 전가하는 녹색성장 기사의 사진

19일 리우+20 회의가 브라질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의 공식명칭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유엔회의’다. 1992년 개최된 원조 리우 회의 이후 20년 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지구지킴이’ 회의가 개최되는 셈이다. 세계 정상들이 같은 자리에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빈곤과 기후변화의 위협 앞에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지의 발현일 게다.

이번 회의의 대주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를 위한 녹색경제’다. 21세기 초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및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제시된 대안 전략이 바로 녹색경제다. 녹색화된 경제 없이 지속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단은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국정 목표로 자리매김한 녹색성장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기세다.

이제 차분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과연 우리에게 녹색성장은 무엇이었는가를. 이 정부가 녹색성장에 관한 한 워낙 일을 서두르다 보니 국민은 생각을 추스를 기회조차 없었다. 공무원들은 모든 정책 앞에 ‘녹색’을 형용사로 집어넣기 바빴고, 기업들은 녹색성장 관련 예산의 향배를 좇아 몰려다니기 일쑤였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그만큼 녹색화되었는가. 우리 국토는 그만큼 건강해졌는가. ‘침묵하는’ 이해관계자인 자연생태계는 그만큼 보전되었는가.

녹색성장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영국의 경제학자 폴 에킨스로 알려져 있다. 그는 녹색성장을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 및 삶의 질을 유지, 혹은 강화시키는 방식의 GDP의 증가’로 정의하였다. 녹색과 성장의 상생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환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성장은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녹색성장과 녹색경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은 세대 간의 형평성이다. 이는 이번 리우 회의를 위해 유엔이 준비한 대표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 세대의 의사결정은 반드시 미래세대의 생존 및 발전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한다는 원칙은 후손들에 대한 우리 세대의 도덕적 책무를 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비전으로서의 녹색성장을 제시한 것은 인정받을 만하다. 국정운영 전면에 ‘녹색’이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사(政府史)에 있어 최초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의 가장 큰 오류는 녹색성장의 비전과 실제 정책 간의 단절과 괴리에 있다. 녹색성장의 요체는 인간과 생태계의 공생이자, 현 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균형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 정책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정책성과의 시간 지평을 임기 5년에 맞추려는 조급증이 많은 정책을 왜곡시키고 말았다.

22조원을 3년 만에 하천 정비에 쏟아 붓는 전무후무한 일을 벌임으로써 하천 생태계에 비가역적인 충격을 가했다. 인공구조물을 관리하고 준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제반비용과 보조금으로 지불해야 할 이자 부담이 매년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뿐인가. 대정전의 위험 속에서도 낮은 전력가격과 전력수요 증가를 전제로 공급 일변도의 전력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것도 경제성과 안전성 차원에서 경쟁력을 담보하기 힘든 원전을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정책들의 공통점은 앞으로 발생할 비용을 미래세대에 전가한다는 데 있다. 생태계 훼손비용도, 원전 처리비용도 우리 자식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 발전의 기본정신을 부정하는 행위다. 8개월 후 새로 들어설 정부는 참된 녹색성장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홍종호(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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