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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신종수] 껴안고 살아야 할 위기

[데스크시각-신종수] 껴안고 살아야 할 위기 기사의 사진

“결국 리스크를 껴안고 살아야 한다.” 20일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경제위기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이런 말이 나왔다.

오래전 시작된 유로존 위기가 최근 그리스 총선 결과로 한숨을 돌린 듯하지만 여전히 안갯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고 계속되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이러한 상시적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응을 해야 하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사실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위험은 수시로 닥치는 것이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해석과 대처 방식일 것이다. 많은 경우 위기나 위험이 닥치면 낙심하거나 분노한다. 스포츠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공이 벙커에 빠지면 우선 기분부터 나빠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한다. 벙커샷을 시도하다 한두 번 철퍼덕거리기라도 하면 홧김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멘붕’ 상태에 빠진다.

위기 때 찾아오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털어내지 못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운동심리학자 밥 로텔라 박사는 홧김에 자포자기식으로 플레이하는 ‘파괴적인 자기방만(destructive self-indulgence)’ 상태에서 벗어나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제약 조건으로 여기고 껴안고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구나 경쟁력 있는 기업은 위기 안에서 기회를 찾아낸다고 했듯이 위기가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풀무불에서 정금(正金)이 제련되듯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단련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로존 위기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다.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내성을 강화한 덕분이다. 세계적 석학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한국은 몇 차례 위기로 거시건전성을 상당히 담보했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로 인한 금융부문의 충격은 이전보다 작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요즘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도 유로존 위기로 과잉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의 뇌관이나 다름없는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된다고 하니 이쯤 되면 유로존 위기는 우리에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이자 축복의 측면도 있는 셈이다. 이런 해석은 우리나라 경제당국자들이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 운운하며 불안감을 확산시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실물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곤 한다.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성하면 없던 위기도 생기는 법이다.

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기대하는 것이다. 물이 반이 남았다는 현실을 직시하되 반밖에 안 남았다며 낙심할 게 아니라 반이나 남았다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공황 운운하기보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설령 유로존보다 더 큰 위기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보릿고개를 넘던 우리나라가 이만하게 살게 된 데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감사할 만한 상황에서만 감사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 감사할 거리를 찾아내고, 고난의 보자기에 싸여 있을 축복을 기대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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