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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조용래] EU의 통합정신 폐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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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드라크마가 다시 나올 뻔했다. 그리스 국민이 지난 2차 총선에서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던 그리스의 화폐 드라크마의 재등장을 원치 않았기에 망정이지.

드라크마는 그리스가 터키로부터 독립하면서 2000여년 만인 1832년 국폐(國幣)로 부활했다가 유로의 등장으로 170년 만에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1999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장부상으로만 사용됐던 유로가 2002년 1월 1일부터 실물화폐로 등장했고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당시 11개국)의 구 화폐는 그해 6월 말까지만 교환됐다.

화폐통합 실험은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다. 언어와 풍습이 다른 주권국들이 인위적으로 단일통화를 만들어냈다는 점,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치른 현장에서 통화통합을 통한 ‘유로존의 평화’ ‘EU의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 지붕 유럽은 역사의 진보

그런데 유럽통합, 한 지붕 유럽의 탄생이라는 과도한 사명감 탓인지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통화는 중요한 경제정책의 수단인데 유로존 국가들은 제 맘대로 통화정책을 펼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국가적으로 긴급자금이 필요하면 발권을 할 수도 있고, 대외 경제적인 유인으로 통화가치를 변동시켜서 대응하는 게 보통인데 유로존에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유로의 등장은 유로존 내부의 경제격차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여년 동안 달러에 버금가는 유로의 위상에 경제대국 독일이나 관광산업국 그리스도 똑같이 환호했다.

그러나 막상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에 재정위기가 닥치자 통화통합 자체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중심국들은 구제금융 지원과 더불어 긴축을 강요하고 그리스는 구제금융은 원하지만 긴축은 버겁다고 버티는 형국이 이어졌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스페인에는 긴축조건 없는 구제금융을 제공해 그리스 국민의 불만은 쌓여갔다.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규모가 그리스는 겨우 2.3%이지만 스페인은 11.4%이기 때문에 배려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외신들의 설명도 뒤따랐다.

사실 유로가 탄생하면서 가장 덕을 본 나라가 독일이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고 엄청난 통일비용 때문에 휘청거리던 독일이 경제력을 회복한 것은 유로존 덕분이다. 과거의 독일 마르크보다 유로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독일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났고 곳간은 쌓여갔다. 역내 국가 간 환전비용과 환 리스크 감소에 따른 교역증가, 기업의 비용절감 및 투자여건 개선으로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유로존의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과거의 자국 통화에 비해 통화가치가 높은 유로 때문에 수출은 줄고 무역역조가 심화됐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하면 독일의 유로존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재정위기를 초래한 국가들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만 아무래도 해법은 독일이 축이 될 수밖에 없다.

유로존 혜택은 독일이 으뜸

세계가 주목했던 그리스 2차 총선이 무사히 끝나고 유로존 체제가 당분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로 각국의 증시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18∼19일 G20(주요 20개국) 회의에 이어 다음 주엔 유럽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없다.

그리스를 두둔하려는 생각은 없으나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태도는 문제 해법이 못 된다. 한 지붕 유럽을 말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EU는 의회구성에서 예컨대 경제규모가 2%라 하여 그리스가 2%의 발언권만 갖도록 하지 않는다. 훨씬 더 대등한 발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것이 EU의 통합정신이었다.

세계는 지금 그리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맹성을 고대하고 있다. 역사는 후퇴할 수 없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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