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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송병구] 헬로, 글로벌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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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머무는 외국인 수가 올 3월 통계로 1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들은 여행자와 유학생으로, 또 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한때 외국인이라면 푸른 눈의 백인을 연상했지만, 이제는 일본인 관광객, 흑인 유학생, 동남아 이주민들과 쉽게 마주친다. 새삼 ‘하나님의 백성은 많은 색을 지녔다’는 서양의 격언을 인용하는 일이 무색하다.

그들 중에 교환학생으로 온 청소년들도 있다. 국제교환학생기구인 YFU에서는 해마다 60여개 회원국들이 서로 고등학생을 교환하고 있다. 그 출발은 1951년 미국 미시간주 기독교교회협회 레이첼 앤더슨이 독일과의 화해작업에서 시작한 것이다. 양국의 봉사 가정에서 1년간 한 식구처럼 지내면서 편견을 없애고 이해를 넓히는 세계화 프로그램인 셈이다. 한국 YFU도 올 초 10개국에서 23명의 고등학생을 받아들였다.

우리 곁에 온 교환 청소년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보낸 교환학생은 영어권에 편중되었지만, 최근 한국을 찾아오는 청소년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참 많다. 처음에는 한류를 선도하는 아이돌 가수의 매력에 빠졌지만, 한국에 와서 두 학기 지내는 동안 고운 정, 미운 정이 들게 마련이다. 비록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그들을 통해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엿보는 일은 진지한 실험과정이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맨 처음 겪는 장벽은 학교와 가정의 짝을 맞추는 일이다. 물론 이 수고는 한국 YFU가 전적으로 맡아 하지만, 학교와 가정을 찾는 일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웬만한 고등학교들은 선뜻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꽤 오래 전부터 영어교육의 부담을 크게 늘려 왔음에도 겨우 한두 명의 외국인 학생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물론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를 앞서 염려하는 보신주의 탓도 있다.

어렵게 학교를 정해도 이들의 학교 생활은 갈수록 태산이다. 한국을 배우고, 문화를 경험하려고 제 딴에 큰 결단을 하고 온 셈인데 도무지 한국식 교육풍토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시간은 ‘사서 하는 고생’으로 쳐도, 방과 후 야간 자율학습에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분위기 때문에 스스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도무지 또래 친구 한 사람 깊이 사귀기 어렵다고 푸념한다.

교환학생 자신이나 봉사가정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주 지구위원회에 참석해 상황을 들어보니 올 여름에 호스트 가정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여섯 명이나 된다. 외국인 청소년을 맡아 함께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초심과 달리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불편함이 반복되면서 갈등과 불화가 쌓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자유로운 내 자녀라고 언제나 소통이 쉽던가? 성장통은 한국 청소년이나, 아이코, 수비, 케빈, 아쉬야 누구든 예외가 없는 법이다.

아이코, 수비, 케빈, 아쉬야

돌아보면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글로벌 수업은 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다. 당장 우리 곁에 찾아온 외국인들과 소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없다면 그동안 값비싸게 치른 외국어교육은 남의 논에 물대기일 수밖에 없다. 소통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열린 마음에 달려있음을 깨닫기 위해 얼마나 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할까?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을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곁에 찾아 온 외국인에게 더 친절할 이유가 있다.

송병구 색동감리교회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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