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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속 과학읽기] (25) 하늘에 떠오른 태양 원반

[예술 속 과학읽기] (25) 하늘에 떠오른 태양 원반 기사의 사진

로베르 들로네는 색채의 동시대비효과를 극으로 발전시킨 추상 작품을 선보인 작가이다. 화학자 슈브뢸의 동시대비효과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 들로네는 종국에는 과학적인 분석을 초월하여 색채 자체의 신비한 힘을 중시하게 된다. 색과 자연세계 사이의 연관성과는 무관하게 서로 다른 순색을 병치해 칠함으로써 다각적인 입체감과 움직임, 빛과 감흥으로 가득 찬 그림세계를 ‘동시대비’ ‘창’ 등의 연작에서 보여주었다. 이 화풍을 시인 아폴리네르는, 오르페우스가 하프를 연주하면 목석이 춤을 추고 맹수도 얌전해졌다는 그리스의 전설을 연상케 한다 해서 오르피즘이라 명했다.

1914년에 들로네가 그린 ‘블레리오에게 바치는 경의’는 1909년에 36분30초 만에 도버해협을 건너는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블레리오를 기리는 작품이다. 프로펠러가 힘차게 회전하고 있는 듯 원색의 원반들이 가득 찬 화면 속에서 에펠탑과 비행기의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처음 발명한 기술자였던 블레리오가 10여년간 직접 고안하고 실험하며 완성시킨 블레리오 11호의 성공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을 의미하였다. 이 그림 하단에 “최초로 하늘에 동시에 떠오른 태양 원반들을 위대한 비행기 제작자 블레리오에게 바침”이라고 들로네는 적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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