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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박병권] 검찰이 바로서야 정의가 산다

[여의춘추-박병권] 검찰이 바로서야 정의가 산다 기사의 사진

내로라하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자주 도마에 오르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우리와 비슷한 법체계를 갖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 검찰의 권한 행사와 관련해 거의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는 검사들이 존경받는 직업의 표상이다.

대검중수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용감한 검사들이 현직 총리를 비롯해 살아있는 권력을 잡아넣은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검사들은 청렴을 생명처럼 알아 대개 서민형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권뿐 아니라 공소 제기 및 유지는 물론 형벌의 집행도 책임지는 막강한 권력을 향유한다. 공익의 대변자로서 법률규정에 따라 민사 소송에서도 당사자가 된다. 국가가 소송 상대방일 때 검사가 이 일을 대신하며 부재자의 실종선고청구도 할 수 있다. 사형을 청구할 수 있고 집행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범죄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권력 눈치보기가 불신 자초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검찰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존경을 받지 못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사회정의에 무심하다는 인상을 많은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또 그랜저 검사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들만의 스폰서 문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악습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업자로부터 그랜저 승용차를 선물 받은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부탁해 경찰이 무혐의로 송치한 사람들을 무리하게 법정에 세웠다가 무죄 선고를 받아 도리어 이들로부터 고발당한 이 사건은 검찰 불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이 더욱 문제인 것은 당사자가 검사라는 이유로 검찰이 무려 1년 3개월 동안 사건을 질질 끌다 무혐의로 결론 냈다는 것이다.

여론에 떼밀려 재수사를 펼친 끝에 그랜저를 받은 검사가 사법처리되기는 했지만 검사들 사이의 제식구 감싸기와 스폰서 문화를 동시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졌다.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대그룹 비자금 사건은 언제 시작했는지, 언제 그만뒀는지 모를 정도로 흐지부지하다 막을 내렸다. 수사를 이리저리 미루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몇 명을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끝냈다. 말로만 비리 척결을 외치다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권의식 버려야 제 역할한다

사실 검사라는 직업은 프랑스의 ‘왕의 대관(代官)’ 제도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정권을 향해 칼을 대기가 쉽지 않다. 왕의 대관들은 왕의 법적이익과 재정적 이익을 위해 벌금 징수 및 재산 몰수를 집행하기 위해 형사절차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왕권이 강화되고 ‘왕이 곧 국가’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왕의 대관의 권한도 더욱 커졌다. 현대적으로 풀이하자면 대통령의 대관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애초부터 검찰에게 정권에 칼을 겨누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억울한 서민들이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이 검찰밖에 없다는 점에서 존경받는 검사가 드물다는 사실은 국가의 불행이고 국민들의 불행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잘 처리되고 있지만 단지 몇몇 사건이 무리한 기소 등으로 전체 검찰의 명예에 먹칠을 할 뿐이다. 책임감이 강한 검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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