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대선 주자들의 대박주의 기사의 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뜻밖의’ 그러면서도 정치 지층이 바뀌는 일대사건이었지만 인터넷 안에서는 진작 그의 승리가 예고됐었다. 2001년 3월 26일 해양수산부장관직을 물러난 그는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이해 6월 5일부터 인터넷 정치증권사이트 포스닥(posdaq.co.kr)에 상장된 ‘노무현 주’는 상한가 행진을 계속해서 16일 수위에 오른 이후 그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를 옛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는 감지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다. ‘거함론’에 도취돼 분열 나태 오만 착각 노화 등 ‘보수의 고질’에 갇혀 있었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가당찮은 오산’이나 하면서.

정치도 선거도 갈수록 경박화

그런데 노 당시 민주당 고문은 달랐다. 그는 이른바 ‘거대 권력’들에 대해 저돌적으로, 그러면서도 풍자적으로 대들었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었지만 그는 논리적 합리적 호소와 설득보다는 감성 파고들기 쪽을 선택했다. 이 점에서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보다 훨씬 계산적이고 감각적인 승부사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등의 흑색선전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 무미건조한 논리적 대응으로 일관,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장인의 좌익전력에 대한 공격을 받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을 그는 대단히 감성적으로 구사했다. 대중의 갈채가 쏟아졌고 ‘장인의 좌익전력’은 잊혀졌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당과 주자들은 ‘노무현의 승리’를 재현하고 싶어 한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 만들기’에서 다시 그 효과가 입증된 단일화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벌써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새누리당 비박(非朴) 주자들도 제2의 노무현이 되고 싶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선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이벤트로서도 성공하고 득표력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당원 배제는 정당의 자기부정

논란 가운데서 새누리당은 8월 19일 경선, 20일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했다. 비박 주자들은 경선불참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마 끝까지 완전국민경선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국민의 참여폭을 획기적으로 늘리라는 요구는 계속할 눈치들이다. 당의 후보를 국민이 선택하게 하자는 것은 정당인으로서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전원책 자유기업원장이 완전국민경선제의 위헌성을 지적했다고 해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법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오픈프라이머리는 무리한 요구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국민경선이 배제된 전당대회 확정에 대해 ‘제2의 10월 유신’이란 아주 호들갑스럽고 유치한 공격을 가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면서 국민을 향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민주적 리더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나름대로의 ‘책략’이겠다.

그런데 정당은 당원들의 정치적 결사다. 그리고 정당의 핵심적 기능 중 하나가 공직 후보를 내는 것이다. 그걸 국민의 선택에 맡기자고 한다. 전체 당원의 결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는 당원의 존재의의 권리 의무 역할 등을 무시하자는 ‘비정당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대선의 최종 선택권자인 ‘국민’에게 정당들의 후보를 정하게 하도록 ‘선거법’까지 고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복수정당제에 대한 원천부정이기도 하다.

감각정치, 감성 및 이미지 선거, 공학적 표 계산, 이런 현상들이 정치와 선거의 경박화를 초래하고 있다. 정치판에도 선거판에도 진지함 엄숙함은 사라지고 ‘대박주의’ ‘한방주의’가 만연하는 인상이다. 이 분위기에 휩쓸리면 누구보다 무력해지는 게 유권자들이다. 유권자가 한 표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면 정치 및 선거의 경박화 제어에 나서야 한다. ‘쇼’를 배격하자는 뜻이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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