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한우] 에너지 소비행태 변해야 기사의 사진

작년 9월 15일, 전국적 순환정전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는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시끄러웠다. 일부에서는 예비력을 확충하여 공급의 안정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외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한 시기에 수요가 몰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전기중독에서 헤어나는 것만이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하였다.

정부가 이러한 다양한 주장을 골고루 받아들여 장단기 대책을 세우는 동안 이번에는 눈 뜨고 믿지 못할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졌다.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검증을 거쳐 수명을 10년 더 연장해 운영 중이던 고리 1호기의 전원 공급이 12분 동안 끊겼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가 하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화력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하여 가동이 중단됐다.

무릇 사람이란 된통 곤욕을 치르고 나면 다시는 그길로 가지 않는 법이거늘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나라의 전력사용량은 작년보다도 더 증가했다고 하니 가히 놀라고 또 놀랄 일이다.

우리가 목격했고 지금도 지켜보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결국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 및 수요관리 정책에 내재된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난 것 외에 다름 아니다. 동북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라. 동서남북으로 고립된 우리나라(남한)의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소위 말해 에너지 고립 섬(島)이다. 고립무원이다.

국가 간에 전력을 융통해주는 유럽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이들의 주장처럼 신재생에너지로 이런 문제를 일소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1980년 이후 30년 넘게 추진해온 개발과 보급 노력이 무색하게 아직 전체 에너지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적, 인적 피해를 한 번만 다시 본다면 감히 그리 큰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일망 체계라 한 곳에 과부하가 걸리면 전국이 일시에 암흑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순환정전 사고의 경우에도 손해를 감수하고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면 상상 이상의 피해를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지난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적으로 실시된 절전운동으로만 500만kwH의 예비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면 요즈음과 같이 전력수급 사정이 긴박한 상황에서는 단기대책으로서의 전기 모으기가 누가 뭐라 해도 최선의 대책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야 당연히 전력운용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분산형 전원 확충 및 전력저장에 대한 연구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 등 공급측 관리와 더불어 효율향상과 전기중독 치유를 통한 수요감축 및 연료전환, 좀 더 나아가 전력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여 최소한 생산원가보다 판매가가 낮게 팔리는 현상은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자원을 몰아주어 산업화를 촉진시키던 시기를 통과한 지 오래다. 그러므로 저에너지가격을 통한 기업지원이라는 패러다임은 마땅히 재고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산업구조 개편의 속도를 높이고 LED와 같은 저에너지소비 제품과 신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에너지소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역사적 시점에 이르렀다.

단언컨대 지금처럼 에너지정책과 복지정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전기는 값싸고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라는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의 경제는 말 그대로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이한우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에너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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