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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오종석] ‘나쁜’ 일자리가 미래복지

[데스크시각-오종석] ‘나쁜’ 일자리가 미래복지 기사의 사진

기자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농사꾼인 부모님은 어린 시절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어떻게든 공부 열심히 해서 펜대 잡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면의 면서기(面書記)를 봐라, 얼마나 좋냐.”

요즘 일자리 창출이 최대 이슈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가. 기자가 어린 시절 좋은 일자리는 펜대를 잡는 면서기 같은 일이었다. 요즘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아니면 적어도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정규직일 것이다.

물론 청년층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 모든 계층에게 좋은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상일 뿐이다. 당장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들은 좋든 싫든 우선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사회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지만 고령자나 가정주부 등에게 괜찮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위 나쁜 일자리라 불리는 직업군이 늘고 있다. 비정규직, 파트타임, 편의점 자영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7만2000명 늘어 8개월 연속 40만명 이상 증가했다. 불황형 취업이라는 분석과 함께 나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는 평가다. 청년 취업자, 제조업 취업자는 오히려 줄어든 반면 제조업에서 퇴출되거나 고령자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 일할 수 있는 도소매업·숙박음식업 취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보자. 통계청은 2040년 전남의 경우 환갑이 평균 나이라고 전망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전체 인구의 절반을 조금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때는 100세까지 사는 게 보통 상황일 것이다. 은퇴한 50∼60대가 5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와 만났을 때 2014년을 정점이라고 했다. 이때까지는 청년 구직자 수가 정년퇴직자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인구 구조상 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돼 퇴직자 관리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장 2년 뒤를 생각한다면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이 필연적이란 얘기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0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다. 독일의 1419시간, 일본의 1733시간에 비하면 엄청난 근로시간이다. 삶의 질 제고는 물론 산재 감소, 노동생산성 증가 등에도 도움이 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수십만∼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펼쳤지만 아직도 효과가 미미하다. 기업들이 인건비 증가를 우려하고, 일부 노동계도 임금 감소를 꺼리면서 별 진척이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임금피크제, 유연근무제 등이 확산돼야 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급진전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파트타임 등도 질 낮은 나쁜 일자리로만 치부하지 말고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다만 시간제나 계약제로 일하는 사람들도 정규직이나 상용직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은 필요하다.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나쁜 일자리의 보수와 부당한 차별은 줄여야 한다. 중소기업 취직 시 주택 마련을 위한 금리 혜택을 주거나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복지다. 지금의 나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탈바꿈하면 미래의 복지로 다가올 수 있다.

오종석 경제부장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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