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종교와 과학의 대화가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낡은 이론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학술과 믿음의 영역 혼돈 말아야”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출판사 6곳이 시조새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와 일부 언론에서 종교단체가 정통 과학이론을 위협하는 듯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진행 과정은 이렇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는 2011년 12월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현재 고교 과학교과서의 시조새에 관한 기술은 학술적으로 잘못된 것이므로 삭제해 달라고 청원했다. 학계에서는 시조새를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세이므로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해 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내용은 틀린 주장이라는 것이었다.

청원 절차에 따라 과학교과서 출판사 7곳 가운데 6곳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으로서 시조새를 삭제하거나 그 의미를 바꾸기로 했다. 말의 진화 관련 그림도 7곳 가운데 3곳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이것이 금년 1월의 일이다. 그런데 지난 6월 5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항복했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국내 과학계가 들끓기 시작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주장한 지 2년 후인 1861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새와 공룡의 특징을 갖춘 시조새 화석이 발견됐다. 진화론자들은 이를 파충류가 조류로 진화한 증거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끊임없는 논란거리였다. 결국 국제시조새학술회의는 1984년 9월 독일에서 사흘간 국제학술회의를 연 끝에 “시조새는 날 수 있는 새의 일종이었으며 근대 새의 조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 후 시조새 진화론의 가설은 진화학계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론이 됐다. 진화학자들도 시조새 화석을 진화론의 명백한 증거로 삼지 않는 것이 대세다. 그렇다면 시조새 진화론 반대 청원을 한 교진추는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이다. 반면 학계의 주요 흐름에서 부정되고 있는 낡은 이론을 삭제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여전히 과거 이론대로 소개하고 있는 과학계는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틀렸거나 부정확한 지식을 교과서에 기술해서는 안 된다. 이번 청원은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한 것도 아니고 창조론을 집어넣은 것도 아니다. 학술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대상에 대해 학술적 근거를 들어 시정한 학술 논쟁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과학과 종교의 논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종교와 과학이 함께 행복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부분은 너무나 많다. 그럴수록 대화와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과 같이 실험으로 확인되는 분야가 아닌 기원과학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다윈이 체계화한 이래 진화론 골격은 “이 우주는 영원 전부터 우연히 만들어져서 스스로 지금까지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우연이 자연계의 필연을 만들어냈다는 이 이론은 자연계의 법칙과 질서, 생명체의 복잡성, 인간의 도덕성과 목적성 같은 세상의 여러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생물학은 인간의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에서 단 1개의 세포만을 떼어내서 관찰해도 현대 도시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복잡성 속에는 지적 패턴을 지니는 특별한 성질과 각기 다른 정보가 체계적으로 존재하며, 거기에 단 하나의 프로세스만 제거돼도 그 시스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는 환원불가능성까지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특정된 정보를 생산하는 생명체가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가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우연에 기댈 때 세상의 가치관은 사라진다. 종교와 과학은 상종 못할 영역이 아니다.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과 반대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자체가 종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대표적 진화론자인 영국의 리처드 도킨스처럼 언제까지나 학술적인 대화를 기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임순만 편집인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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