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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이명희] MB, 해야 할 일과 말아야 할 일

[여의춘추-이명희] MB, 해야 할 일과 말아야 할 일 기사의 사진

“인천공항과 우리금융 매각 서두르지 말고 가계부채와 부동산부터 해법 찾아라”

며칠 전 낮 시간에 중학생 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 “엄마, 역시 벼락치기는 안 되나봐.” 아들 녀석은 기말시험을 앞두고도 태평하다가 시험 전날 거의 밤을 새웠다. 제 딴에는 벼락치기라도 해서 요행을 바랐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은 모양이었다.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에 위로의 말을 건네려 했더니 선수를 친다.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잖아.” 1학기 때는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중2병’ 때문에 시험을 못 봤단다.

험한 세상이다 보니 성적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그래 요즘은 공부 잘해서 유학 가면 나라의 아들, 국내에서 성공해 돈 잘 벌면 장모의 아들이라는데…. 자식 덕 볼 것도 아니고, 녀석 말대로 다음 시험부터 잘 치르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겐 아직 많은 시험 기회가 남아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남은 시간이 6개월이다. ‘747(연 7% 성장,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10년 내 4만 달러로 세계 7위 경제대국 진입)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30대인 현대건설 사장 때처럼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도 경제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지난주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3.7%에서 3.3%로 낮췄다. 이 대통령이 내세웠던 7% 성장에서 반토막난 것이다. 임기 첫해인 2008년 성장률은 2.3%, 2009년 0.3%에 이어 2010년에는 6.2%로 가장 빠르게 위기를 극복한 나라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지만 지난해 3.6%로 다시 떨어졌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2489달러로 3만 달러와는 거리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고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선방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자화자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 대통령이나 경제에서는 A를 줄 분야가 많지 않다. 임기 초 고환율과 감세정책으로 ‘낙수(트리클다운) 효과’를 노렸지만 대기업과 부자들만 배불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2류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학자를 한국은행 총재로 앉혀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치고 가계부채만 늘려놨다는 세간의 평가도 감수해야 한다. 후반에는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재벌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정책 등 궤도수정을 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그렇다고 벼락치기로 나쁜 성적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6개월이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과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할 일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49% 지분 매각, 우리금융지주 매각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 내년 균형재정을 금과옥조로 삼은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와 메가뱅크 등을 명목으로 내세워 부자감세로 펑크난 세입 부분을 메우려는 의도인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을 챙겨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알짜 공기업 지분을 팔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초대형 인수합병(M&A)을 굳이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할 일을 미루면 그만큼 경제는 뒷걸음친다”고 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지금은 금융수장 입에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나올 만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다. ‘째깍째깍’ 다가오는 시한폭탄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 해법이 시급하다. 17번이나 대책을 내놨어도 요동도 않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지 않고는 9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해결과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됐던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대권주자들 역시 표 때문에 현안은 외면한 채 ‘분수경제’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애매모호한 공약(空約)들만 늘어놓고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관료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폭등 때문에 정책 담당자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으로 불려다니며 호되게 조사를 받다보니 책임지기를 꺼려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기 말이라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하면 시급한 버킷리스트는 누가 챙기나.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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