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회·박슬기·이은원… 국립발레단 간판 무용수 ‘호각지세 경쟁’ 기사의 사진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는 많지만 ‘백조의 호수’ 주인공은 한 명뿐이다. 최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34)이 공연작품 ‘포이즈’를 마지막으로 발레단을 떠났다. 이에 따라 공연계에는 또 다른 수석무용수 김지영(34)과 함께 국립발레단의 얼굴이 될 무용수가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은 올 초 수석무용수가 된 김리회(25)가 앞서 있다. 그 뒤를 박슬기(26) 이은원(21)이 바싹 뒤쫓고 있다. 차세대 주자 3인방이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위치한 발레단 연습실에서 이들 3인방을 만났다. 김리회와 이은원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3년을 통째로 건너뛰고 국립 특수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입학한 발레영재 출신. 박슬기는 언니 박나리와 함께 국립발레단 최초의 자매 단원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매일 이곳으로 ‘출근’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음악에 맞춰 동작을 연습한다. 발레리나 체형을 타고난 김리회는 박자감각이 최고다. 박슬기는 표현력이 좋고 감성적인 무용수로 통한다. 이은원은 돌기 점프 등 기술이 뛰어나고 에너지가 넘친다.

# 수석무용수로 앞서가는 김리회

대학 때 6개월 동안 발레를 쉰 적이 있었다. “토슈즈에 몸을 지탱하다 보니 발등에 실금이 갔어요. 6개월 동안 입원해라, 아예 걷지도 말라는 진단을 받았지요. 처음엔 쉴 수 있어 좋았는데 나중엔 발레를 못하는 게 너무 슬펐어요. 연습장 근처만 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졸업 후 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06년 발레단에 들어와 그해 ‘호두까기 인형’으로 첫 주역 무대를 열었다. 입단하자마자 주역이니 무척 기뻤다. 하지만 더 행복했던 때는 창작 발레 ‘왕자호동’에서 낙랑공주 역을 맡았을 때다. “그동안 예쁘고 잘한다는 칭찬은 많이 받았지만 이 작품 이후 연기가 된다고들 하셨어요. 제가 점점 진정한 발레리나가 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2009년에는 발레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시니어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발레요? 진짜 가장 편한 친구지요. 그래도 잠시라도 소홀하면 무대에서 확 티가 나는 무서운 친구예요.”

# 무대에서 더 빛나는 박슬기

어릴 적 아예 발레를 할 수 없을 뻔 했다. 언니가 일찌감치 발레를 전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발레하는 딸은 한 명이면 된다고 했다. “며칠을 엄마랑 싸우다가 약속을 했어요. 콩쿠르에 나가 입상하면 발레를 계속하겠다고. 정말 열심히 연습해 입상했지요. 엄마가 제 고집에 졌어요.”

2007년 한예종을 조기졸업하고 입단해 2008년 ‘호두까기 인형’으로 주역 데뷔했다. 2009년 ‘신데렐라’에서 수석무용수인 김지영과 함께 신데렐라 역에 더블 캐스팅됐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팬들이 격려를 많이 해주세요. ‘네가 춤추는 걸 보면 행복해진다. 너도 행복해 보인다’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박슬기는 요즘 좀 힘들다. “발목이 안 좋아요. 하고 싶은 대로 동작이 안돼요. 기량 발휘를 못하고 있어요. 여름 동안 쉬면서 몸을 만들려고요.” 그에게 발레란 모든 감정이 녹아 있는 ‘희로애락’이다. “여섯 살에 시작해 발레만 했으니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있지요.”

# 혜성처럼 등장한 이은원

발레영재로 뽑혀 3년 먼저 대학에 들어갔다. “또래가 없어 많이 힘들었어요. 슬럼프를 겪었죠. 그러다가 무릎 골절로 8개월을 쉬었어요. 몸은 아팠지만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 땐 혹시 무대에 서지 못할까봐 발레 공연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2010년 발레단 인턴단원으로 입단한 후 그 해 ‘호두까기 인형’의 주역으로 데뷔했다. 군무를 맡은 단원에서 주역까지 걸린 기간은 단 3개월. 이후 ‘지젤’과 ‘왕자호동’의 배역도 거머쥔 샛별이다.

발레 인생에서 대선배인 강수진(45)과의 만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때 나갔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났던 강수진을 2010년 한예종 공연 때 다시 만난 것. “강수진 선생님이 ‘너를 예전에 봤을 땐 욕심만 보였는데 달라졌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올라가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지금도 조급해지고 불안할 때 그 말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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