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임] 말리 반군의 반달리즘 기사의 사진

최근 내전과 쿠데타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 북서 아프리카 말리에서 북부지역을 점거한 반군들이 자행한 이슬람 문화유적의 파괴는 11년 전 탈레반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바미얀 석불의 파괴한 반달리즘을 연상시키며 국제사회의 충격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파괴된 유적은 중세 서아프리카 이슬람의 중심지였던 통북투에 1400년대 세워진 시디 야흐야 사원의 ‘신성한 문’과 그 안에 있는 수피 이슬람 성자의 무덤 16기 중 8기인데, 일반적으로 16세기 이전의 유적은 종교와 지역을 떠나 모두 인류 유산으로 간주된다. 이미 반군들은 “신의 이름으로 이 도시의 모든 고묘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만큼 나머지 무덤들도 조만간 사라질지 모른다.

반군단체인 ‘안사르 딘’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근본주의자 조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반군의 대다수를 점하는 토착 투와레그족을 지원하는 외부 세력이다. 이들은 세속 모슬렘인 투와레그 주민들이 행하는 성자의 무덤 참배는 이슬람 유일신 신앙에 배척된다며 투와레그 주민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유적을 파괴했다.

유적파괴 수일 만에 유엔 안보리는 안사르 딘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고, 국제형사재판소는 안사르 딘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 세계 46개 이슬람 국가의 협력체인 이슬람회의기구(OIC)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군사적 개입이 없는 한 유적보호는 어려운데, 아직 국제여론은 여기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1998년 통북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되었지만, 시급한 보호를 요하는 ‘위기의 세계유산’ 리스트에 오른 것은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다. 말리의 내란상태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몰려간 금년 3월부터 격화된 것을 볼 때 통북투 유적의 파괴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유네스코 ‘위기의 세계유산’ 리스트에 일찍 올랐다 해도 그 자체로서 유적의 보호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국제여론을 더 일찍 환기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막심한 문화재 파괴를 경험한 국제사회는 어느 민족, 어느 종교의 문화재라도 이것은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는 전제 하에 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법을 제정하고 이를 국제관행으로 정착시키고자 노력해 왔으며, 2003년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의 고의적 파괴는 인간 존엄성에 반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렇지만 이같이 교과서적인 국제사회의 프레임이 오늘날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에게 통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역사적으로 모슬렘에 의한 이슬람 유적의 파괴는 전혀 낯선 현상이 아니다. 18세기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Wahhabism) 이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종 일어난 일이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9·11 사태 이후 이라크 전쟁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학자들은 이것이 이슬람 근본주의 이름으로 폭력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의 발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세력과의 전쟁터인 이라크에서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모스크 파괴는 이슬람 세계와 외부 세계에 충격을 가하는 테러의 일종으로 저질러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바미얀이나 통북투와 같은 변방지역에서는 분쟁에 투입된 근본주의자들이 지역 특색이 가미된 변형된 이슬람 신앙을 억압하는 차원에서 지역 내 유적을 훼손한 경우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될 운명에 처한 유적의 보호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문화재 보호의 레토릭보다는 현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의 대화가 보다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경제적 지원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미얀 석불을 구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유엔 직원의 회고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이슬람 유적의 파괴는 잘하면 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김경임 중원대 교수·전 튀니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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