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데스크시각

[데스크시각-한민수] ‘검찰 장악설’과 ‘권력 과시욕’

[데스크시각-한민수] ‘검찰 장악설’과 ‘권력 과시욕’ 기사의 사진

도저히 보통 사람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이런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비단 기자만 그런 것 같지 않다. 며칠 전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와 점심을 함께 했던 이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이 당직자는 “이 전 의원 같은 분이 왜 그런 돈을 받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분명 생계형 범죄는 아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 재산이 77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 신고 때는 79억원을 신고하면서 본인 명의 예금이 29억원이고, 부인 앞으로는 9억원의 예금이 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먹고 살기 힘들어 돈을 받지는 않았을 게다.

‘생계형 범죄’ 아닌 뇌물 수수

과거에도 대통령 피붙이들은 일반인의 통념상 납득이 되지 않게 돈을 받아 챙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형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도 그랬다. 딱히 생계가 어려워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가족들은 왜 스스럼없이 더러운 돈을 받는 것일까.

요즘 여의도 정가에서 그럴듯하게 도는 얘기가 있다. ‘검찰 장악설’이다. 권력을 잡고 나면 서슬 퍼런 칼을 쥐고 있는 검사들이 ‘내 편’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억대의 뇌물을 받아도 탈이 날 것 같지 않아 대통령 친·인척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되돌아보면 정권 초기보다 정권 중·후반기에 이런 비리 사건이 많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제법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음은 ‘권력 과시욕’이다. 과거 정권에서 아버지가 정권을 잡자마자 사람들은 아들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면서 온갖 청탁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단다. 접대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돈을 받아도 될 것 같다는 묘한 자신감도 들었다고 했다. 결국 정권 후반기 검찰청에 불려가는 신세가 됐다. 권력의 달콤한 맛을 봤던 구여권의 한 인사도 “주변에서 모두가 떠받들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익숙해지더라”고 술회했다.

대선자금이든 개인적 착복이든 불법 자금의 용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선자금 수수도 ‘나 정도 되는 사람이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역대 정권들이 대통령 가족 비리를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도 친·인척들을 등급까지 매겨가며 2, 3중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멍은 곳곳에 있었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악습’을 끊을 수 있는 묘책은 없는 것인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최근 사석에서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비꼬다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동생을 탄자니아 대사로 보내겠다”고 해 좌중을 웃겼다. 시중에서는 형제자매가 없거나 독신이거나, 아니면 친·인척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을 뽑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한다. 하지만 외국으로 추방하거나 가족 숫자가 적다고 해서 뇌물수수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 같다.

되풀이되는 악습 어떻게 막나

그래서 제안 하나. 차기 대통령은 취임 전에 온 가족을 불러 놓고 ‘권력의 공적사용’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어떨까. “내가 앞으로 5년간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니 모든 피붙이들도 엄수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 자리에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 관계자들을 배석시켜도 좋다.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인구 5000만명)’에 진입했으며, 날로 국격(國格)이 높아지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후진국 비리가 거듭 되풀이 되고 있으니 이런 발상까지 하게 된다.

한민수 정치부장 msha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