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춘추

[여의춘추-김의구] 19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

[여의춘추-김의구] 19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 기사의 사진

2년 전 선례 뒤집고 불체포 특권 그늘에 숨은 정치권… 강도높은 수습책 내놔야

2010년 9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강성종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논의됐다. 검찰이 60억원대 사학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강 의원에 대해 8월 1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국회법에 따라 8월 13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전달됐다.

강 의원은 표결에 앞서 “검찰에 모든 자료를 다 제출했으며 검찰 조사에 적극 협력했다고 생각한다”는 신상발언을 했다. “부인과 사별하고 믿는 처남에게 금전관리를 맡겨 처남이 우를 범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기본권이며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 수사하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찬성 131표, 반대 95표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불체포 특권을 개인 비위를 감싸는 무기로 악용한다는 비난여론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2년도 안된 11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번에는 큰 표차로 부결됐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던 여야 정치권의 약속까지 있었지만 국회는 강 의원 선례를 뒤집고 대국민 약속을 저버렸다.

정 의원은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무죄를 주장하겠다고 읍소했다. 여당 의원 일부는 현행 제도의 문제를 제기했다. 영장심사제도에 자진 출두가 없어 국회의 체포 동의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맞는 지적이다. 사법부 판단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 신병 문제를 사전에 판단토록 하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체포동의서 표결은 영장 심사를 위한 구인 절차에 응할 것이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구속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은 사법기관의 수사 절차와 인신 구속에 관한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일반 국민들처럼 검찰과 법원에 판단을 맡기고 국회 동의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의 옥석을 가리겠다고 나섰다.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따지기 전에 여전히 국회 동의라는 특권의 그늘 아래 숨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국민 약속이 없었던 2년 전보다 오히려 특권 포기에서는 후퇴한 셈이다.

자진출두를 막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도 국회가 통과시킨 것이다. 강 의원 때 이미 문제가 포착됐을 텐데도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대상이 초선이 아니라 3선 중진이고, 혐의가 횡령이 아닌 금품수수라는 차이는 본질이 아니다. 정 의원에 대한 영장이 대통령 형님 구속을 희석시키려는 검찰의 정치적 행위라는 주장도 국민과의 약속 앞에서는 변수가 될 수 없었다.

이런 사태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도 책임이 없지 않지만, 의원 스스로 거짓말쟁이를 자처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여당에 있다. 의원 특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파탄의 전조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반납하는 문제를 논의했을 때도 마찰음이 있었다. 지도부가 봉합했지만 3명은 끝내 불참했다.

이번에도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 기류가 있었는데도 원내지도부는 충분한 대응논리를 갖춰 논의를 주도해 나가지 못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게 돼 있는 국회 본회의의 절차를 알면서도 표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의원들과 소통하고 전략을 세밀히 다듬는 자세가 부족했다.

여당이 조만간 원내대표단 총사퇴와 정 의원 탈당 요구, 대국민 사과 등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고강도 수습책이 나와야 한다. 어물어물 넘어간다면 의원연금이나 의원 겸직 금지 등의 쇄신안들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배반당한 국민들이 19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버릴 것이고, 이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개 의원들도 여야 없이 국민에 더 귀를 열고, 입법부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19대도 싹수가 노랗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