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배준호]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기사의 사진

국민건강보험은 5대 사회보험인 연금, 건강, 고용, 산재, 장기요양 보험 가운데 지출 규모가 가장 크다. 2011년의 보험급여비 36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3.3%에 해당되며 국민연금 급여비 9조3000억원의 4배 규모다. 증가율은 6.7%로 국민연금 증가율 14.4%보다 낮지만 경제성장률(3.6%)보다는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보험급여비를 포함한 국민의료비는 연평균 11.7%씩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비 억제책으로 임의적용하던 진료비정액제, 즉 포괄수가제를 7월 1일부터 전국 병·의원에 강제로 적용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 44개 상급 종합병원에까지 확대된다. 우선 백내장수술 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에게만 적용되며 장차 질병군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포괄수가제로 해당 질병군 진료비가 2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포괄수가제는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 도입 건의 후 시범사업을 거쳐 2003년 하반기에 도입이 예정되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9년여 미뤄졌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 시행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장래 더 강력한 의료비 억제책인 총액계약제 카드를 꺼낼지 모른다.

건강보험에는 포괄수가제 말고도 지속적 과제인 보장성 강화를 비롯하여 공평한 보험료 부과체계 모색, 민영보험사 실손의료보험과의 적절한 역할 분담, 비급여 진료 억제 등의 현안 과제가 있다.

보험료 부과와 관련하여 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된 민원은 연간 8000만건에 이른다. 또 공단 직원 수천명이 이 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큰 문제가 없다는 임채민 복지부 장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금년 초부터 해법을 모색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솔직히 이 사안은 1989년의 전국민 건강보험 적용 후 23년 동안 묵은 숙제로 마땅한 정답이 없다. 줄곧 해법을 찾아 법규정을 바꿔왔지만 앞에서 말한 민원건수가 실상을 대변하고 있다.

정권말기이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공단이 내놓을 해법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복지부가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근간의 공단 측 접근은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과 관련하여 필자는 모든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체계를 종합소득 중심으로 단순화하고, 건강보험 재원에서 점하는 국고지원(2010년 기준 17.4%) 비중을 늘리며, 늘어난 국고재원에는 소비과세 세입의 일부를 할당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법 64조에 규정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점수 방식을 재산세, 자동차세 부과 내역에 근거한 보험료 부과방식으로 간소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47%가 가입한 ‘준국민건강보험’인데 운영 미숙으로 갱신보험료가 턱없이 높게 고지되어 가입자 불만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바꿔 2009년 9월의 표준화에 버금가는 개편을 준비 중이다.

자기부담금을 10%에서 20%로 올리고 진료항목별 보장범위 차등화, 보험료 갱신주기 단축, 연간 보험료 인상한도 축소, 실손의료보험 단독상품 도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과잉진료, 비급여 증가라는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무대책이다. 금융위원회가 복지부와 따로 놀기 때문이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역할 분담, 비급여 진료 억제의 해법을 찾아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의료인과 약업인 등의 공급자,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보험자인 공단(심사평가원)과 민영보험사, 가입자 대표 등은 한 발씩 물러나 공동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배준호(한신대 교수·글로벌협력대학)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