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데스크시각

[데스크시각-김무정] 월급과 사례비

[데스크시각-김무정] 월급과 사례비 기사의 사진

최근 한 NGO에서 5년 정도 목회 경력을 가진 목사를 팀장으로 채용하려고 공고를 냈다. 정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어 능통자여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는데 50여명이 몰렸다. 미국 유명 신학대 박사학위자를 비롯 경력이 출중한 이력서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원자들에게 현재 받는 연봉을 적게 했는데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이들이 많았다. 최고는 3000만원이었다. 교회 부목사로 있거나 선교단체에서 근무 중인 40대 초반의 이들이 이직을 생각한 데는 박봉도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는 ‘주의 종’ 사명을 받아 헌신된 마음으로 사역하는 분들이다. 목회자를 두고 월급을 따지는 것은 자칫 은혜스럽지 못하게 보인다. 그래서 목회자에겐 월급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꼭 사례비라고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교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담임 목사와 부목사, 전도사의 사례비 차이(?)가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선교 간사들의 열악한 처우

교회마다 성도들의 귀한 헌금을 아끼고 아껴 선교와 봉사에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희생과 헌신’도 그 요구가 너무 심하면 결국 견디질 못한다. 농어촌교회처럼 아예 예산이 없다면 몰라도 예산이 가능한 교회라면 교역자나 교회 직원에게 ‘넉넉히’는 아니더라고 ‘쓸 만큼’은 드렸으면 한다.

사례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일반 선교단체 간사들의 처우 문제도 한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 수많은 선교단체와 봉사단체, NGO 등에는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맹활약하는 ‘간사’들이 많다. 이분들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한국교회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내가 아는 선교단체의 간사들은 고학력에 신앙심도 깊고 열정이 넘친다. 사회로 나갔어도 우수한 인력이 됐을 인재들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달란트나 전문기술을 살려 큰 행사나 엄청난 프로젝트를 저비용으로 치러내곤 한다. 기독간사들도 목회자처럼 강한 소명의식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간사 월급이 ‘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언제부턴가 급여를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되고 있다. 선교단체들의 재정이 열악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줄 수 있어도 다른 곳과 균형을 맞추려는 경우도 많다.

나누고 섬기는 것이 성경적

어느 기독단체에서 간사끼리 만나 결혼을 하게 됐는데 둘 다 모아둔 돈이 전혀 없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서로 공평한 결혼식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받았던 돈은 매달 100만원 남짓이었다. 결혼 후 생활고로 간사의 길을 포기한 사람들도 자주 보게 된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부목사와 전도사, 선교간사들에게 관심을 갖고 정당한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과도한 업무나 헌신을 목사나 간사들의 당연한 몫으로 여겨서도 안 되고 강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있으면 넉넉히 나누고 또 그것으로 다른 이들을 섬기는 것은 지극히 성경적이다.

‘복음전파’라는 커다란 명제 속에 자신의 삶을 모두 드리는 사명자도 가정으로 돌아오면 생활인이다. 신앙은 어려움을 이기면서 더 큰 은혜가 임하기도 하지만, 내가 먼저 행복해야 그 행복을 남에게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나 복음사역을 돕는 기독 간사들에겐 더더욱 적용되는 말이다.

김무정 종교부장 kmj@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