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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알제리의 한국인들

[김진홍 칼럼] 알제리의 한국인들 기사의 사진
“값진 땀방울 흘리고 있는 신관용 박사, 최원조씨, 신교승 KOICA 소장”

지중해 연안국이며, 아틀라스 산맥과 사하라 사막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나라.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지만 저중소득국(LMIC)에 속해 있는 국가. 지난주 알제리의 KOICA(한국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ODA) 현장을 둘러봤다.

# 수도 알제에서 남서쪽으로 250㎞정도 떨어진 티아젯의 드넓은 들판에 씨감자연구소가 있다. 알제리 농림부 요청에 따라 KOICA가 2009년 완공했다. 여기에서 감자 전문가 신관용(66·강원도 강릉) 박사를 만났다. 대관령에 위치한 농업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일하다 퇴직한 그는 지난 5월 7일 이곳에 파견됐다. 현직에 있을 때 1만번 정도 대관령에 오르내리면서 체득한 씨감자 생산 기술을 알제리 농민들에게 전수하는 게 그의 임무다.

알제리의 씨감자 수요는 연간 20만t이며, 그중 절반 정도가 유럽에서 수입된다. 유럽 작황에 따라 감자 가격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알제리 정부는 감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이런 열악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부응해 신 박사는 섭씨 40도 가까이 되는 불볕더위를 마다하지 않은 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애쓰고 있다. 그 열정에 감동해서인지 연구소에 근무 중인 현지인들은 인근 호텔에 홀로 투숙 중인 그를 출퇴근시켜주고, 식사까지 챙겨주고 있다. 조만간 연구소 인근에서만 7∼8t의 감자가 수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결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 박사는 3개월여의 파견기간을 마치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19일쯤 알제리를 떠난다고 했다. 기뻐할 법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매듭지어지지 않아서다. “씨감자 재배 시스템이 알제리에 구축될 때까지 전문가 파견과 알제리 기술진의 한국 연수 등 협력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저도 계속 힘을 보탤 거고요.”

# 알제에서 지중해변을 따라 800㎞가량 가면 KOICA가 2011년 세운 스키다 새우양식센터에 도착한다. 암새우로부터 알을 얻어 부화시켜 배양하는 곳과 1㎝ 정도로 자란 새끼를 25㎝ 정도로 키우는 야외 양식장으로 이뤄져 있다. ‘새우와 결혼한’ 노총각 최원조(39)씨가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이다. 그는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를 졸업한 뒤 충남 서산 등지에서 양식업을 하다 지난 2월 스키다로 왔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파견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알제리의 해안선은 1000여㎞에 이른다. 때문에 알제리에 가면 새우를 비롯해 수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업 및 양식 기술 수준이 낙후돼 있는 탓이다. 최씨는 이곳에서 새우 양식과 관련된 지식들을 알제리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현재 양식 중인 새우는 스키다 인근에 서식하는 ‘케라투르스’라는 종(種). 이집트에서 보리새우를 공수해 양식에 성공했으나 올 초 지중해 인근 국가들을 덮친 바이러스로 인해 폐사하자 현지 맞춤형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고무적이다. 지난 주 50만 마리를 인근 바다에 방류한 데 이어 15만 마리를 다시 배양하고 있다.

“새우 양식 기술을 배우려는 알제리인들의 열의는 대단합니다. 양질의 새우를 많이 조달하게 되면 어민들 소득이 높아질 것이고, 수산업도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검게 그을린 그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사하라 사막에 위치한 와글라 지역에도 새우양식연구센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막에서 새우를 키우다니’라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지만 사막 아래 지하수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연말 완공이 목표다.

이들 두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독려하는 것은 KOICA의 신교승 알제리사무소장 몫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신 박사와 최씨, 그리고 신 소장. 이들의 땀방울이 알제리 국민들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와 알제리 관계도 돈독해지고 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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