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데스크시각

[데스크시각-전석운] 교육개혁의 틀 다시 짜야

[데스크시각-전석운] 교육개혁의 틀 다시 짜야 기사의 사진
“지금 한국에 혁명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교육혁명’이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육은 마땅히 국가시책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차기 정권 담당자는 모름지기 ‘교육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일등 국민만이 일등국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20년 전인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가 했다(김영삼 2000 신한국). 김영삼의 ‘교육혁명’ 구상은 그의 집권 후 2년여 후인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방안’으로 발표됐다. ‘5·31 교육개혁’의 골자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 자율과 다양성, 수월성과 보편성의 조화, 열린 교육과 정보화 추진 등이었다.

5·31 교육개혁 YS가 주도

5·31 교육개혁은 충격과 변화를 몰고 왔다. 교사 중심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이 지배하던 학교현장에 학생과 학부모가 ‘수요자’라는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학원배치표가 수험생의 진로를 좌우하던 입시문화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수준별 학습과 이동식 수업 등이 추진되고 외국어고 설립이 본격화됐다. 교육 투자를 GNP 대비 5%로 끌어올리겠다는 발표에 힘입어 교육부 예산이 국방부 예산을 추월했다.

5·31은 이후 정부의 교육정책의 틀을 규정했다. 김대중 정부의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주장은 대학 진학의 다양화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구호였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것도 5·31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교원평가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는 5·31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5·31의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5·31을 추진하던 당시의 교육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를 예상하지 못하고 대학 설립을 마구잡이로 허용하다 보니 33.2%(1994년)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이 83.8%(2008년)까지 치솟았다. 신입생 선발자율과 정원 확대를 요구했던 대학들이 이제는 입학정원보다 밑도는 지원학생 수 때문에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이혼율과 자살률 급증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이다. 가정해체가 늘고, 다문화가정이 밀려들면서 학교 부적응 위기 학생이 급증했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난 고위기 학생만 30만∼40만명에 달한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초중고 학생이 해마다 5만∼7만명에 이른다.

학교폭력과 교권추락 등 학교현장이 무너지고 있는 배경에는 과도한 성적위주 경쟁문화 탓도 있지만 이처럼 교육 외적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며 시작된 교육자치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로 변질돼 교육자치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대립은 사사건건 학교현장을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교육은 꼴찌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대선후보들 개혁의지 있나

올해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교육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울림이 크지 못하다. ‘교육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교육을 일대 개혁하기 위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교육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고 공통의 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전석운 정책기획부장 swch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