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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송세영] 교회와 도시전설

[데스크시각-송세영] 교회와 도시전설 기사의 사진

출처나 근거가 확실치 않은데도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를 ‘도시전설(Urban Legend)’이라 한다.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틀고 자면 질식해 죽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본보가 집중 보도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문제를 바라보는 개신교 안팎의 시각에도 일종의 ‘도시전설’이 녹아있다. ‘개신교가 기득권 집단이니 양보해야 한다’ ‘불교, 가톨릭 등 타 종교는 개신교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 ‘개신교는 권력과 유착해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것 등이다.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이런 말만 듣고 개신교가 한국의 국교이거나 한국인의 70∼80%가 크리스천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기득권집단 오해받는 개신교

하지만 개신교는 이 땅에 전파된 이후 한 번도 다수였던 적이 없다. 최대 부흥기였던 1980∼90년대에도 2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마저도 위태롭다. 정치적 영향력도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유권자 수에서 밀린다. 타 종교와 달리 중앙집권적 체제나 통합된 지도력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채널이 분산돼 목소리가 커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개신교는 숫자에 비해 결속력이 강하다’는 속설도 지역에서라면 몰라도 전국 단위에서는 허상에 가깝다. 기독교 정당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세 장로 대통령 때문에 과대평가됐을 뿐 실상은 초라하다.

정치적 영향력의 또 다른 바로미터는 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 규모다. 2007년 신정아씨 사건 때 드러났지만 불교계는 전통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다. 최근에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새로운 명목도 만들었다. 반면 개신교는 딱히 정부에서 지원받았다고 내세울 게 없다. 장로 대통령 정권에서 엄청난 특혜를 보고 이권을 챙겼을 것 같은데 실상은 정반대다. 교회 건물 지으면서 인허가 편의를 봤다고 권력형 특혜 시비가 일고, 교회 내에 카페나 베이커리를 운영했다고 파렴치한 탈세집단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다.

개신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실제 규모보다 훨씬 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독재정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고, 이후에는 나눔과 복지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국내 대형 NGO들은 대부분 개신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해안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나 아이티 대지진 같은 재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이들도 개신교 봉사단체다. 지역에서 학교, 병원, 사회복지단체를 운영하며 묵묵히 봉사하고 헌신하는 교회도 많다. 그런데도 ‘개신교는 나눔에 인색하다’ ‘크리스천은 이기적이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크리스천들 제 목소리 내야

개신교가 정치적으로 과대평가되고,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책임이 외부에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비판자들이 문제 삼는 일부 교회의 재정 비리나 목회자들의 추문들은 부끄러운 일이다. 교회법과 세상법에 의해 물을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개신교 전체를 매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잘한 것은 잘한 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개신교는 공정한 평가도, 합당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 일부 잘못 때문에 자기비하에 빠져서는 안 된다. 크리스천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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