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고비사막으로 가는 길 기사의 사진

“정치인들, 다른 후보의 독주 비난해댈 힘으로 자기자신의 역량부터 키워야”

몽골의 초원에 서면 그저 아득하다. 동북부 지역에는 숲이 울창한 곳이 많은 모양이지만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의 만달고비시로 향하는 길은 일생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초원과 고비(황무지), 그리고 또 고비다. 지형은 다를 바 없다. 다만 초원의 푸르름이 점차 옅어지다가 회갈색 쪽으로 기울면서 황량함을 더해갈 뿐이다. 270㎞의 거리에 50㎞ 정도만이 포장돼 있고 나머지는 제멋대로인 길 아닌 길들이다. 대여섯 줄기, 많게는 여남은 줄기의 길이 갈라지고 합치면서 평원에 무늬를 만들고 있다. 차가 달리면 길이 되는 곳이 몽골 고원이다.

바스러진 돌과 모래로 다져진 땅에서 풀이 제대로 자랄 수 있을 리가 없다. 초원이라고 해도 그 위에 서서 보면 풀이 성글다. 그 정도가 더 심해져 풀포기들이 듬성듬성 보이면 그로부터 사막이 시작된다. 그런 지대에는 하르간이라는 가시나무의 가느다란 줄기더미가 지름이 1m에서부터 넓게는 2∼3m(혹은 그 이상)에 이르는 동그란 무덤 형으로 자라 온 평원을 점점이 수놓고 있다.

경희대 지구사회봉사단(GSC) 조림팀 안내를 맡은 푸른아시아 이 간사의 설명에 따르면 하르간은 사막화의 지표식물이다. 이 나무는 억세고 가시가 있어서 가축들이 잘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나마 사막화를 저지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다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수분을 독차지해서 다른 풀의 생육을 방해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국 정당들의 집안싸움을 사막에 와서 맞닥뜨린 셈이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장악력이 너무 커서 당의 민주성과 민주적 역량이 심하게 약화됐다는 비박 후보 측의 비판이 요란스럽다. 민주통합당 쪽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시작됐다. 문재인 경선후보의 독주 분위기에 비문파가 불만을 쏟아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박 후보나 민주당의 문 후보나, 말하자면 하르간이다. 박 후보는 두 차례에 걸쳐 아주 문 닫아 걸 지경에 이른 당을 구해냈다. 민주당의 문 후보는 스스로 폐문을 선언했던 친노세력을 마침내 정권 재장악에로 나아갈 길목까지 이끌어 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친노세력은 이들에게 감사해야 할 텐데, 그게 아니다. 각 당내에서 비박, 비문이라는 무리를 지어 전면공격을 감행할 태세다.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이라더니 과연!

정말 박 후보나 문 후보가 각 당의 민주적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존재일까, 아니면 그래도 이들이 있었기에 당이, 혹은 정파가 ‘명맥 유지’에서 더 나아가 정권재창출, 혹은 탈환을 꿈꿀 수 있게 되었을까. 정치적 입지에 따라 생각이 각각이겠지만, 밖에서 보기엔 불평하고 비난하는 사람들 쪽의 명분이 많이 모자란다. 독주하는 주자를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의 부족한 리더십을 반성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다시 사막이야기다. 이곳에서 사막화 방지사업을 벌이고 있는 NGO 관계자들의 말로는 몽골의 사막화율이 90%를 넘어섰다.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도 사막화 조짐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NGO들의 조림사업이나 몽골 정부의 국가그린벨트 사업이 어느 세월에 눈에 띄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았던 버스 안에서 광막한 창밖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그 평원 위로 말을 달리던 흉노, 돌궐은 어디로 갔나. 인류역사상 최대의 판도를 차지했던 몽골제국은 어디에 있는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지요.” 봉사단 실무책임을 맡은 최 과장이 준비회의 중에 문득 한 말이다. 딴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고비사막에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청마 유치환은 일찍이 “(아라비아 사막의)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라고 했지만 그가 찾아 헤맨 ‘생명의 의미’를 두고서가 아니라,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과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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