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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남호철] 블랙컨슈머, 더 이상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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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얼마 전에 ‘정여사’라는 새로운 코너가 생겼다. 최근 신발가게를 배경으로 한 이 코너에서 고객은 점원에게 운동화를 건네며 “운동화가 닳으니 바꿔 달라”, “발 냄새가 난다”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교환을 요구했다. 점원은 난색을 표했으나 이들 ‘진상 고객’은 온갖 엄포를 놓으며 결국 운동화를 고가의 구두로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악덕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라고 한다. 악성을 뜻하는 블랙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를 합성한 신조어로, 구매한 상품의 하자를 문제 삼아 기업을 상대로 과도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피해를 본 것처럼 꾸며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을 지칭한다.

SNS 이용자 늘면서 더 심해

이들은 식품이 변질됐거나 이물질이 들어갔다며 업체에 보상을 요구하거나, 구입한 의류를 몇 차례 입은 후 옷에 하자가 났다며 반품을 요구한다.

국내의 대표적 사례로는 2008년 ‘지렁이 단팥빵’ 사건을 들 수 있다. 50대 남성이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산 빵에 지렁이가 들어있다고 제조업체에 연락해 5000만원을 요구하다 들통이 났다. 법원은 피의자가 술에 취해 있던 데다 미수에 그친 점 등을 들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쥐식빵’ 사건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고 주장했으나 경쟁 점포 주인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상대 업체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005년 미국 오하이오주 웬디스 햄버거 가게의 칠리요리에서 손가락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관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사 결과 우연한 사고로 잘린 손가락을 요리에 집어넣은 뒤 웬디스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아내려는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최근 블랙컨슈머는 식음료업계뿐 아니라 홈쇼핑업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블랙컨슈머의 횡포는 더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협박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에만 인터넷에 글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아예 개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부터 띄워놓은 뒤 이를 업체에 알리고 협박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 2월 외식업체 채선당 매장에서 일어난 ‘임신부 폭행’ 사건처럼 누리꾼들이 사실관계 확인도 않고 심정적 동조만으로 글을 퍼 나르면 해당 업체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사건은 세상에 공개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업체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에 응한다는 약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누구 잘못인지를 딱 부러지게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에 기업이나 업체들은 제품, 기업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가급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블랙컨슈머의 요구를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블랙컨슈머는 더욱 활개 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적극적 대응이 피해 최소화

하지만 속병을 앓던 기업과 제조업체들이 변하고 있다. 한 업체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악성 루머가 급속히 확산되자 신문광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인터넷 음해 행위에 법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을 천명했다.

홈쇼핑업계는 악의적인 주문취소, 반품 행위 등을 반복한 소비자에게 ‘거래 거절’을 통보하는 등 적극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은 매장 안에 설치된 CCTV 수를 늘리고 있다.

블랙컨슈머의 횡포는 결국 선의의 소비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기업이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쓰는 돈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소비자를 골탕 먹이는 어처구니없는 ‘잔혹사’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바람직해 보인다.

남호철 디지털뉴스부장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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