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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염성덕] 담합이 판치는 사회

[여의춘추-염성덕] 담합이 판치는 사회 기사의 사진

“기업은 윤리경영 실천하고 정부는 집단소송제 확대와 처벌 강화에 나서야”

미용실 커트비, 자장면, 교복, 가전제품…. 우리나라에서 담합이 이뤄진 상품들이다. 구멍가게에서부터 세계적인 기업까지 짬짜미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담합으로 인해 업체가 배를 불리는 만큼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물린 174건의 담합 때문에 발생한 소비자 피해는 15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마다 소비자들이 2조5000억원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의 담합은 국제적으로도 악명이 높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과 관련해 외국 정부에 벌금을 많이 낸 상위 10개 기업 목록에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4곳이 포함돼 있다. 국내 소비자들을 울리는 것도 모자라 세계적으로 나라 망신까지 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담합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이 달라져야 하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하며, 처벌 수위가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

먼저 기업들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너들이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단호한 의지를 사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여준 자세는 귀감이 될 만하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담합은 ‘정도경영’을 사업방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고객 신뢰를 저버리고 사업 근간을 흔드는 담합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어떤 이유에서든 법과 윤리를 위반하는 임직원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준법윤리경영 임직원 실천서약서’를 받았고, 현장점검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담합근절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오너의 다짐이 고위 임원으로부터 신입 사원에 이르기까지 널리 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른 그룹들도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담합행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공정위가 애쓰는 모습은 칭찬할 만하다. 공정위가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정한 잣대를 행사했는지 의문인 경우도 있다. 공정위가 지난달 5일 발표한 4대강 건설공사에 대한 주요 건설업체의 담합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이 사건은 19개 건설사 임원들이 공사구간을 나눠서 입찰하기로 담합한 결과 건설사들이 1조원가량의 혈세를 추가로 챙긴 범죄행위였다.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4대강 건설공사 담합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정호열 공정위원장도 담합 의혹을 인정했지만 공정위 조사와 전원회의 결정이 나기까지 32개월이나 허송세월했다. 현 정부에서 4대강 건설공사를 완공하기 위해 조사를 늦췄다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과징금 규모도 공정위 심사관이 제안한 것보다 440억원 이상 줄었고, 6개 건설사와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자는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바로 서지 않으면 기업의 짬짜미는 사라지지 않는다. 적발되지 않으면 그만이고, 적발되더라도 부도덕하게 챙긴 이익금 중 일부분만 토해내고, 사법 처리도 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면 기업체가 담합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짬짜미를 하다가 걸리면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된 임직원들도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집단소송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불공정거래 등과 관련한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들이 소송을 내지 않아도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주가 조작, 허위 공시, 분식 회계 등에 의한 투자자들의 피해에만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를 모든 업종에 적용되도록 확대하면 담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담합과 관련된 매출의 10%까지만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한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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