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어떠니? 변두리 인생들에 안부를 묻는다… 김애란 창작집 ‘비행운’ 기사의 사진

하늘의 일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오십대 중반의 기옥씨가 그 사람이다. 하루에도 수백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인터내셔널 에어포트가 그의 직장이지만 그는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하늘에서 내려온 여행객들이 화장실에 흘리고 간 것들을 치울 때면 울컥 슬픔 같은 게 올라오곤 한다.

그 슬픔의 색깔에는 남의 집 택배 물품을 훔치는 바람에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아들도 포함돼 있다.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뜬 뒤 홀로 키워낸 아들은 대학도 군대도 마치고 어학연수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취직하면 엄마를 꼭 해외여행 보내드리겠다는 아들이 훔친 택배 박스에는 막 몸을 푼 산모가 주문한 독일제 전동 유축기가 들어 있었다. 아들은 박스에 무엇이 들었는지 몰랐으나 그게 무엇이든, 인터넷에 올려 어학연수비를 마련하려고 했다. 초범이었지만 택배 기사를 발로 차는 바람에 절도에 폭행이 추가돼 실형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들 문제가 슬픔의 전부는 아니다. 아무도 기옥씨의 안부를 물어주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존재의 슬픔과도 맞물린다. “관제탑 너머론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 비상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중력을 극복하는 중일 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단편 ‘하루의 축’에서)

소설가 김애란(32)의 창작집 ‘비행운’(문학과지성사)에는 ‘하루의 축’의 주인공 기옥씨의 경우처럼 인생의 비행운을 동경하며 사는 존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단편 ‘벌레들’의 주인공은 전세금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재개발지구에 전세를 얻어 들어간다. 이제까지 살던 집들 가운데 가장 넓고 환한 집이어서 더욱 행복할 수 있기를 꿈꾸지만 아래쪽 재개발 구역에서 베어낸 오래된 나무에서 기어 나오는 무수한 벌레의 침입으로 무척 곤혹스러워한다.

벌레와의 전쟁으로 허둥대던 순간, 수납장 위의 반지 케이스에 담겨 있는 결혼반지가 창밖 절벽 아래 공사장으로 떨어진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만삭의 몸으로 공사장으로 내려가 반지를 찾으려 하지만 그만 양수가 터지고 만다. 싼 전세를 얻은 것은 얼마간의 행운이었지만 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비행운(非幸運)의 연쇄를 예고하는 행운이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의 서미영의 처지 또한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고향에서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한 적 있는 병만의 사고사 소식을 들은 그녀는 고향으로 문상을 가려던 참에 케이블방송에서 일하는 대학선배의 전화를 받는다.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그녀가 마음을 주었던 선배는 기대와는 달리 그저 먹기 대회 프로그램에 엑스트라로 출연해줄 것을 강권한다. 뚱뚱하고 잘 먹는 미영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미영은 차마 거절을 못하고 촬영에 임하지만 매우 참담한 느낌에 빠진다. 선배에 대한 기대가 좌절로 급전직하 추락하는 순간, 그녀는 결국 문상도 포기하고 만다.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유혹하듯 화사하게 출렁이던 차안(此岸)의 얇고 환한 막. 나는 그 빛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거라곤 쥐자마자 이내 부서지는 몇 움큼의 강물이 전부였다. 생전 처음 겪는 공포가 밀려왔다. 아득하고 설명이 안 되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너의 여름은 어떠니’에서)

막막한 존재들의 고립감과 갑갑함은 김애란 소설에서 되풀이되는 문제적 증후에 속한다. 그러면서 김애란은 잊지 않고 자신의 비행운(非幸運)과 맞씨름을 하느라 힘들었을 주인공들에게 행운을 빌어준다. ‘올여름,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김애란 소설의 미덕은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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