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이승한] 어느 목회자의 교회 해체론

[삶의 향기-이승한] 어느 목회자의 교회 해체론 기사의 사진

얼마 전 분당의 한 대형교회 목회자가 설교시간에 10년 뒤 교회를 해체하겠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그의 발언 요지는 자기네 교회만 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교회를 분립 개척해 현재의 대형교회 형태를 해체하겠다는 것이었다. 파문이 일자 그는 “우리 교회가 수적으로 너무 비대해져 가기 때문에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숙하신 성도님들이 연약한 교회로 옮기도록 돕겠다고 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고 했다.

하지만 교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지혜롭지 못한 발언이었다” “기존의 교회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였다. 이 목회자는 2002년에 교회를 개척해 현재 출석교인만 2만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시켰다.

교회 쪼개는 게 능사 아니다

그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설교가 좋아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서, 성품이 소탈하고 순수해서, 재정관계가 투명하고 깨끗해서… 모두 다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이웃 교회들의 분란으로 흩어진 교인들, 작은 교회 교인들이 상당 부분 그 교회로 옮겨간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몰려오는 교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또 초·중·고교생들의 교육관으로 쓰기 위해 지난해 수백억원을 주고 건물을 매입했다. 평소 건물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때마침 안티기독교세력과 교계 일부에서 서울의 한 대형교회 건축을 공격하고 나서자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마치 교회건물을 짓지 않는 것이 율법이요 정의인 것처럼 잘못 이해될 소지가 있고, 대형교회를 쪼개 해체하는 것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고 이웃 교회를 사랑하는 유일한 길인양 잘못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교회건물을 예배공간으로만 사용하는 교회는 거의 없다. 교회는 대부분 지역의 공동체 주민들에게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회공간을 주민을 위한 무료 주차장으로, 노인들의 레크리에이션장으로, 주부들의 교양 프로그램 강연장으로, 결혼식장으로,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으로 내놓고 있다.

여기다 소통의 장소로 카페를 만들어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적은 수입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안티기독교세력과 일부 신학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교회건축을 공격하는 게 마치 시대정신인 것처럼 포장되는 세태 속에서, 이웃교회는 고통당하는데 우리 교회만 잘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길 권면한다.

세상과 소통하되 당당하라

타 교회 교인을 오지 말라고 막지 말고, 한 달에 한 번 주일 강단을 이웃의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 내줘 보라. 그리고 사례비를 듬뿍 줘 보라. ‘작은 교회 목회자’ ‘큰 교회 목회자’가 다르다는 이분법적 생각에서 성도들이 벗어나 목회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진정한 강단교류와 이웃교회와의 사랑의 연대가 꽃 피지 않겠는가.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여론에 너무 민감하다. 세상과 소통하되 당당하게 목회하는 소신이 필요하다. 그동안 세상 여론과 안티기독교세력으로부터 너무 많이 얻어맞아 낙심하고 위축된 목회자들이 많다. 교회 안에서, 교회끼리, 그리고 연합기관끼리 싸우지 말고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연합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