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30) 신경과학과 생트 빅투아르 산 기사의 사진

프랑스 남쪽 엑상프로방스를 찾는 사람들은 세잔의 그림으로 유명한 생트 빅투아르 산을 찾는다. 세잔이 40여점의 그림으로 그린 산을 직접 보고 싶어서이다. 십수년 동안 세잔은 무슨 생각을 하며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몇 달이건 꼼작 않고 이 산을 바라보았을까.

“화가는 눈과 머리 두 가지를 갖고 있다. 눈으로 집중해 대상을 잡아내면 머리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라고 1905년 세잔은 편지에 썼다. 그는 대상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그리려 하지 않았다. 본다는 것은 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보는 것은 사물의 실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감각적 부분들로 해체함으로써 정신을 덧씌우는 과정을 거치며, 이미 우리 머리에서 해석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자가 실험을 하듯 40여 번이나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면서 그림은 변했다. 말년에는 산과 나무의 윤곽선이 완전히 없어지고 중첩해 칠한 색조각만 남았다.

세잔의 그림은 하늘이나 바위나 나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신경과학자들은 세잔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세잔은 과학자보다 앞서 과학적 사고를 했던 예술가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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