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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정진영] 목회자와 세금

[삶의 향기-정진영] 목회자와 세금 기사의 사진

종교인의 세금납부를 세법에 명문화하려는 정부의 조처가 늦춰지게 됐다.

당초 오는 8일 발표되는 ‘2012 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납세 명문화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외됐다. 정치권 등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주 초 당정협의 과정에서 ‘과세 당국과 종교인들의 협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도 세법 시행령만 바꾸면 될 사안을 법 개정안과 묶어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세법 개정안의 다른 굵직한 사안과 ‘물타기’ 발표를 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과세 대상은 사실상 목회자

정부가 이 사안을 어떻게 결론내릴지에 대해 종교인은 물론 국민들의 눈과 귀가 모두 쏠려 있다. 이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64년 만에 처음 시도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인 납세 명문화’라고 하지만 핵심은 ‘목회자 갑종근로소득세(갑근세) 납부’다. 세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종교인 가운데 가톨릭 신부는 이미 세금을 내고 있고, 승려와 무속인은 세원 파악이 쉽지 않다. 따라서 주 대상은 자연스레 목회자가 되고, 목회자가 수입이 있는 만큼 소득세율에 따라 갑근세를 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목회자 등 종교인에 대한 세금은 자율에 맡겨졌다. 소득세 면세 규정은 없지만 관행상 종교인에게는 세금을 물리지 않았다. 1992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의무 납세를 주장, 서명운동과 국세청장 고발 등의 조처를 취했지만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올 초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종교인 납세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목회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려는 것은 무엇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의 발전에 발맞춰 크게 성장한 교회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방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기부금명세서 발급을 통해 교회 세원 규모가 드러나기 때문에 징세 효율성이 높고 1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목회자 수를 감안할 때 세수가 많을 것이란 점도 이유가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비이성적 교회비판 교정돼야

그러나 이 같은 판단에는 오류가 많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이다. 특히 ‘몸집만 키웠지 뭘 했느냐’는 식의 맹목적 비판은 부당하다. 북한 어린이돕기, 공익재단을 통한 사회 취약계층 지원 등 큰 교회의 ‘선한 사업’이 상당함에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세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부 여론은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탈세의 주범인 듯 몰아세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남서울은혜교회 등 주요 교회 교역자들은 오래전부터 세금을 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기독교장로회 등 교단 차원에서 세금을 내는 곳도 있고, 중소형 교회 목회자 중에도 자발적 납부 사례가 많다.

또 목회자 중 소득세 면세 수준을 초과해 사례비를 받는 경우가 전체의 15% 안팎에 불과해 실효 징세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과세 당국이 파악했는지도 궁금하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에 종교인들의 얘기를 더 들어보겠다는 점이다.

한국 교계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이제 납세 당위성 논란을 뛰어넘어 납세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얻는데 지혜를 모아야겠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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