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31) 원자의 분해와 추상화 기사의 사진

서른 살의 바실리 칸딘스키는 모스크바 법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미술학도로서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한다. 1895년 모스크바에서 전시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의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던, 형태가 없어진 그림이 머릿속에 강하게 살아 있던 충격과, 바그너의 오페라를 들으면서 눈앞에 강력한 색선이 그려지던 ‘공감각적’ 경험이 자극이 됐다고 회상한다.

이듬해 뮌헨으로 옮겨 미술공부를 시작한 그는 회화의 본질에 심취한다. 이즈음 발견된 원자의 분해이론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내 길의 중요한 장애물이 한 과학적인 발견에 의해 제거됐다. 원자가 분해된다는 것은 마치 전 세계가 분해되는 것과도 같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고 술회했다. 실체가 없는 것이 ‘물질’에서 자유롭게 만들었고, 그리고자 하는 형태가 외부의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온다는 것을 확고히 하게 된다.

1911년 발표한 저서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그는 내적인 필요를 중시하는 이론을 제시한다. 추상화의 길은 칸딘스키가 거꾸로 놓인 자신의 그림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과학에서 영감을 얻은 정신세계로부터 열리게 된 것이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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