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두 몽골인 이야기 기사의 사진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남 탓하기, 남 흉보기밖에 몰라서야”

“바토르! 아니지, ‘바트르!’ 이것도 아니고. 그렇지, 바타르!” 부를 때마다 이런 식이다. 몽골에서 열흘간 일정을 함께한 가이드의 이름이다. 몽골 발음으로는 ‘바타르’다. 그런데 러시아 발음으로는 ‘바토르’다. ‘바트르’는 헷갈려서 부르게 되는 이름이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이 젊은이는 씩씩하게 “네!”라고 대답한다.

그는 가이드라기보다는 봉사단의 일원이었다. 저수조와 나무 구덩이를 파는 일에도, 나무 물 주기에도 단원들과 똑같이 참여했다. 자기 나라에 와서 봉사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에 대한 나름의 보답방식이었을까? 사막화를 방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자신도 한몫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다. 서른한 살의 이 젊은이를 봉사단 학생들은 ‘바타르 형!’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바타르는 오래 번갈아가며 몽골을 지배했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몽골 정치인, 관료들의 도덕적 성숙도를 걱정하는 듯이 보였다. 천연자원 개발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때문이다. 돈이 유입되는 속도가 정치인, 관료들의 도덕적 무장의 속도보다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남을 탓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노력과 높은 도덕수준을 통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찬 이 젊은이의 소망이 아름답다.

또 한 사람, 나머지 일정 2박3일의 가이드는 이름이 잉케였다. 대학 때 경영학을 공부하고 한국어는 중학교 때부터인가 익혔다.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은 없지만 10여 차례 방문한 적은 있는 27세의 청년이다. ‘올란 바타르’(울란바토르의 몽골식에 가까운 발음)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는데 우리 봉사단을 담당한 회사의 일손이 달려서 지원을 나왔다고 했다.

이 젊은이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안내하는 동안 몽골의 역사를 자랑하고 미래의 꿈을 펼쳐놓기에 열심이었다. 그는 외국인들이 몽골을 빈곤한 나라, 침체된 나라로 보는 것을 대단히 못마땅해했다. 바로 그 자존심, 자긍심 때문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저녁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서성이던 때였다. 한국 관광객 한 분이 그쪽 가이드를 보고 “올란 바타르에 와보니까 먼지가 많고 공기도 탁해서 안 좋더라”고 했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잉케가 “인천공항에 내리면 숨이 탁 막히는데요”라고 받았다. 그 관광객이 잉케를 따라와서 불쾌감을 표했다. 그분을 위로해서 보낸 다음 잉케를 따로 불렀다.

“잉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방법은 좋지 않았어. ‘아, 그렇습니까? 올란 바타르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곳곳에 건설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기가 좀 나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벗어나면 아주 공기가 맑고, 하늘이 파랗고, 경치가 좋은 곳이 많습니다’라고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몽골을 좋아해서 찾아온 손님인데 그렇게 무안을 주면 안 되지. 그리고 직업적인 가이드는 아니라도 지금은 가이드야. 그런데 ‘나는 가이드가 아닙니다’라고 하면 귀하에게 안내를 받고 있는 우리가 무색해지고 말지.”

잉케는 이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또 우리가 탑승수속을 할 때까지 몇 번이나 “잘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했다. 두 젊은이의 이런 의식이 날줄 씨줄로 엮인다면 몽골의 미래는 넓고 밝게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귀국길에 올랐다.

지금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이 요란스럽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잘난 모습을 부각시키기보다 남의 못난 부분을 들춰내 폭로하기에 안간힘을 쓴다. 대통령선거가 무슨 사기, 부패, 부도덕, 독선 따위의 경연대회나 되는 것처럼…. 그렇게 나라가, 또는 정치가 잘못될 동안에 자신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그걸 좀 듣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자긍심, 책임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텐데 꼭 이런 사람들만 대통령 선거에 나서야 하는 건지, 원.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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