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웅혁] 늘어나는 노인 성범죄 기사의 사진
동네에 오랫동안 이용한 작은 목욕탕이 있다. 주인도 몇 번 바뀌었고, 시설도 계속 변했다. 하지만 최근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목욕탕 안의 모습이다. 어르신들을 더 많이 뵐 수 있게 되었다. 머리는 다소 백발이라도 전체적으로 건강한 모습들이다.

현재 전체 인구의 11%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2040년에는 3명 중 1명이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가속화되는 것이 있다. 바로 노인에 의한 범죄다. 71세 이상 노인 범죄가 2000년 8024건에서 2009년 3만5382건으로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최근 어르신이 추악한 늙은이가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77세 노인이 동네 초등학생을 수년간 성폭행하고, 70세에 이른 노인들이 떼를 지어 남편이 있는 지적장애 여성을 성적으로 지속해 유린했다. 자상하고 푸근한 어르신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심지어 성추행을 위해 날카로운 어구(漁具)를 사용해 72세 노인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노추(老醜) 괴물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은 아이스크림으로 10세 안팎의 아이들을 유인하거나 500∼1000원의 용돈으로 성추행 행위를 입막음한다. 보호자 없는 오후 시간대에 집 주변을 활용하고, 평소 안면이 있는 아이들을 꾀어 교묘히 장기간에 걸쳐 인면수심의 행위를 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노인에 의한 성폭행은 다른 범죄와 달리 음주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분히 계획적이라는 반증이다. 검거된 뒤에도 자백보다는 ‘예뻐해 준 것이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러한 노인들의 대부분은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배우자가 있다. 다른 연령층의 성범죄자도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렇다면 이들의 문제는 특이하게 왜곡된 성적 인식에 있는 것이지, 정기적 성 파트너의 유무나 성 분출 통로의 봉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많은 연구에 의해서도 성 욕구 발산이 성범죄의 유일 목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자존감의 확인, 분노감, 또는 일상에서의 권력 지향 등이 더 강한 동기로 작동한다. 따라서 노인이 젊어지고 건강해져 성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성범죄의 원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런 논리라면 성범죄의 효과적인 대안은 노소(老少)를 막론하고 남성의 성적욕구를 언제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노인 성범죄 증가의 원인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이미 전과경력이 있는 자가 고령화 추세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재범을 하기 때문이다. 즉 왜곡된 성 인식이 치유되지 않은 만성적 노인범죄자들이 고령화 추세에 따라 함께 증가한 것이다. 이 경우의 대책은 이들에 대한 밀착 재범 평가 및 관련 정보를 주변에 공개하여 사전에 주민들이 경계를 하는 방법이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형의 노인들이 아예 처음부터 양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대책을 지금처럼 잠깐 관심 가졌다가 잊어버리는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로 삼아야 가능한 이야기다.

둘째는 비로소 노인이 된 이후 성범죄를 저질러 처음으로 검거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탓이다. 은퇴 후 지위 상실로 인한 노인의 고립감이나 가족 해체 등에 기인한 사회적 결속력의 약화가 원인 제공을 한다. 이전 역할의 상실과 새로운 역할의 부재에서 오는 아노미적 상태 역시 노인 성범죄의 원인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이 어린이나 장애인 등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희생물로 삼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 노인복지 강화를 통해 소외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 유대의 끈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안전복지 또는 치안복지라는 중장기적 국가의 관심이 있을 때만 역시 가능한 이야기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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