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건축-‘병산서원 만대루’] 저녁 무렵의 대화 기사의 사진

서원은 지적인 장소다. 1543년 백운동서원이 생긴 이후 정치적 환경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지만 사림의 교육장으로서 역할은 오래 이어졌다. 이언적을 모신 경주 옥산서원, 그 제자 이황의 흔적이 있는 안동 도산서원, 김굉필의 뜻을 담은 달성 도동서원, 류성룡을 제향하는 병산서원까지 모두 지성과 교양의 요람이었다.

이 가운데 건축미가 빼어난 곳은 병산서원이다. 다른 서원이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에 지어진 반면 병산서원은 1863년에 사액(賜額)이 있었으니 그동안 서원 건축의 장점을 모은 종합선물세트다. 입교당을 중심으로 한 8채 건물의 짜임새가 견고하다. 지형의 높낮이를 이용한 공간구성이 인문적 깊이까지 지녔다.

만대루는 서양 사람들이 매료되는 공간이다. 단순한 강당 기능을 넘어 동양적 정신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넓게 열린 대청마루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대화(‘晩對’)하는 즐거움! 지금쯤 병산 주변에는 배롱나무 붉은 꽃이 사방에 흥건하겠구나.

손수호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